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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밤을 잊은 아이들과 함께 무서운(?) 이야기 파티

* 이 포스팅은 2015년 1월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옮겨서 다시 포스팅합니다.

 

어제 토요일밤. 아그들에게 자라고 했더니만 기특하게도 금방 조용해지더라고요. 여느 때와 달리 떠들지도 않고 잘 자는 것 같아서 녀석들이 많이 컸구나 하고 아주 장하다고 생각했었죠. 아이들이 자길래 저랑 남편은 영화감상 시간을 갖기로 했고요.

 

영화 시작 전 아이들이 모두 이불 잘 덮고 자는지 확인하러 남편이 위층 아이들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불빛이 꺼진 큰 아이들 방에서 급하게 튀어나오는 조그만 그림자 두 개가 있었으니...

 

두 그림자가 큰 아이들 방에서 후다닥 튀어 나오더니 깜깜한 작은 아이들 방으로 또 후다닥 뛰어 들어가더랍니다. 어찌나 빠르던지 정말 순식간이 더래요. 상황을 파악해 보니, 큰 짜슥들이고 작은 짜슥들이고 큰 아이들 방에 모여 엄마와 아빠에게 들리지 않도록 소곤소곤 잡담을 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러다 계단을 올라오는 아빠 발소리를 듣고 작은 녀석들이 황급히 자기들 방으로 돌아가다가 딱 들켰죠.

증거인멸 시도... 하지만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이것덜아~!

 

남편이 이런 모습을 보니까 아이들에게 조금 더 놀도록 시간을 주고 싶었나 봐요. 토요일밤이라 주말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좀 늦게 자도 된다고 허락해 주고, 바닥에 이불을 하나 깔고 모두 앉아 이야기를 하며 놀라고 했습니다. 캠핑 분위기를 내면서요.

 

이야기 파티 세팅을 마친 후 남편이 보여주고 싶었는지 나를 막 불러요. 하두 열심히 불러대서 호떡집에 불났는지 알았네요. 위층으로 황급히 올라갔더니만 아이들 방이 아래 모습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녀석들 4명만 둘러앉아도 되건만 또 동물인형 친구들도 다 데리고 왔더군요. 한 사람당 친구를 2~3을 데리고 와서 북적거립니다. 늦은 밤 이야기 파티가 재밌을 것 같아 남편과의 영화감상은 저 멀리 날려 버리고 애리놀다도 아이들과 함께 앉았어요. 이야기 파티인데 평범한 이야기는 심심하죠. 거기다 밤이니까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자기도 끼어서 무서운 이야기에 동참하겠다고 하는데 남편이 해주는 이야기는 정말 무섭거든요. 그 무서운 이야기 들으면 애리놀다는 잠도 못 자요. 무서워서 잠도 못 자는데 한밤 방은 껌껌할 테고, 그러면 더 무섭고... 정말 짜증 나죠. 그래서 남편은 아래층으로 쫓아냈습니다. 아이들과 애리놀다만 함께 하는 오붓한 시간이 되었어요.

 

셋째가 자기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대요. 셋째가 말하길, 귀신 들린 집이 있는데 들어가는 사람마다 사라진대요. 장난기 발동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럼 집이 사람을 잡아먹은 거니?

 

그러니까 셋째가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더니 그건 아니래요. 나는 속으로, '으흠... 아직은 뭐가 무서운 건지 모르겠군. 좀 더 들어보자' 했고요. 어느 날 어떤 소녀가 그 귀신 들린 집에 들어갔는데 (도대체 왜???) 유령하고 눈이 딱 마주쳤답니다. 그래서 또 물어봤죠.

그럼 유령이랑 여자애랑 둘이 노려보기 눈싸움을 한 거니?

 

그랬더니 셋째는 웃느라고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요 녀석들이 별 것 아닌 엄마의 말에도 아주 즐거워하니까 이 엄마가 오히려 고마워요.

 

셋째 차례가 끝나고 이제 넷째 막둥이가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답니다. 그런데 막둥이 이야기도 뭐가 무서운 건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요. 어떤 아이가 하얀 것이 너플너플 해서 유령인 줄 알고 쫓아갔는데 그게 긴 하얀 천이었다나 뭐라나... 막둥이는 진지했지만 모두들 웃다가 끝났습니다.

 

막둥이의 이야기 이후 첫째와 둘째도 몇 가지 무섭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토요일 밤은 점점 깊어갔어요. 무서운 이야기 파티를 캠핑이나 어디 놀러 가서 해야 한다 그런 건 아닌 듯해요. 주말 밤에 한번 가족이 함께 모여 불 다 끄고 껌껌한 방에서 손전등 하나 켜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아주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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