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감동의 맛과 향, 실란트로 (cilantro)

중남미 음식과 동남아 음식에서 즐겨 넣는 독특한 맛과 향의 허브가 있어요. 이 허브를 미국에서는 스페인어를 차용해 실란트로(cilantro)라고 부르는데, 음식전문가들은 불어를 차용해 종종 코리앤더(coriander)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코리앤더란 발음만 들어보면 꼭 한국인들이 좋아 죽을 것 같은 그런 이름이예요. 그런데 한국인 중에서 이 허브를 좋아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해하기 쉽게 이 허브의 다른 이름을 찾아본다면, 고수, 팍치, 샹차이, 향채 등이 있구요. 요즘은 멕시코 음식이나 동남아 음식이 한국에도 흔해서 이 허브의 그 독특함에 많은 감동과 추억(?)이 있는 분들이 상당수 있을 거예요. 애리놀다도 이 허브에 독특한 추억이 있답니다. (고수를 미국에서는 실란트로로 주로 부르는데, 영국에서는 코리앤더로 부른다고 해요.)



애리놀다가 이 실란트로를 난생 처음 접한 것은 유럽 출장 중이였을 때니까 1990년대 말이네요. 20여명의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유럽연수를 2주간 갔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벨기에를 거쳐 독일까지 거친 출장으로 프랑스에서 전시회 방문 및 유럽 공급자들의 공장견학/기술연수 등등의 과정을 하던 연수였구요.


각 공급자들의 공장을 견학할 때마다 공급업체에서는 근처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곤 했어요. 덕분에 맛있는 유럽 음식을 많이 맛 봤고 와인도 원없이 마셔봤습니다. 캬~ 그때 보니까 프랑스는 정말 와인없이는 식사를 하지 않더군요. 중국식당에서 대접받을 때도 와인이 당연하다는 듯 나왔으니까요. 손님대접 식사여서 격식을 차리려고 그랬나???


유럽을 돌아다니며 먹었던 식사들이 다 맛있었는데 문제는 독일에서 발생합니다. 독일 공장에서 견학과 간단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고 근처 성같은 분위기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음식은 다 맛있었어요. 맨 마지막에 라비올리(ravioli, 이태리식 만두) 넣은 만두스프 같은 것이 나왔는데 뭔가 독특한 맛이 자꾸 걸리기 시작합니다.


이거 비슷하게 생겼는데 당근과 완두콩은 없었어요.


당시 애리놀다는 유럽 공장과 한국 구매자 사이에 있는 입장이라 음식을 대접하는 공장쪽 체면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의 스프를 먹으면서도 얼굴은 맛있는 척을 했어요. 속이 좋지 않았는데도 그 스프를 다 먹었던 이 프로정신(?). 장하다~~!!


스프가 입에 맞지 않으니 같이 나온 화이트 와인을 계속 들이키게 됩니다. 와인이 달작지근하니 맛있어서 스프의 그 독특한 맛을 아주 살짝 (진짜로 아주 살짝 ㅠㅠ) 잠재울 수 있었구요.


식사가 끝난 후, 주방장이 나오셔서 우리들 모두에게 인사를 하더니 애리놀다에게 묻더군요.


음식은 입에 맞으셨는지요.


중간에 낀 입장이고 예의도 차려야 해서,


예, 좋았습니다.


주방장은 너무 신이 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한동안 홍콩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동양음식을 잘 알지요.


애리놀다는 속으로,


음~ 우린 중국사람이 아닌데...

중국음식하고 한국음식은 상당히 달라요! ㅠㅠ


호텔로 돌아오는 전용버스 안에서 연수자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만두스프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힘드셨다고 하세요. 어떤 분은 독특한 맛을 잊으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버스 안에서 완전히 필름이 끊기셨어요. 그 때는 그 독특한 맛과 향의 이유가 실란트로인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독일 주방장이 만든 동양요리라서 그저 한국인의 입에 맛지 않나보다 했어요. 지금 나름 추축하건데 독일 주방장께서 동양에서 온 손님이라 특별히 실란트로를 팍팍 넣어 준 게 아닌가 싶어요. 다 손님을 위해 더 신경을 써 준 거죠.



미국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이 마켓에서 한 허브를 가리키며 부리또(burrito) 같은 멕시코 음식에 넣어 먹으면 괜찮다고 추천합니다. 그래서 도전정신을 가지고 집에서 그 허브를 넣고 부리또를 만들어 먹어 봤어요. 그런데 한입을 물으니 독일에서 먹었던 그 만두스프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바로 이거야, 이거! 내가 독일에서 엄청 고생했던 그 맛의 정체!


부리또(burrito)


중남미, 동남아 음식에서 실란트로를 찾는 건 흔한 일입니다. 애리놀다는 실란트로를 한동안 아주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식당에서 음식 먹을 때 실란트로를 뺄 수 있으면 빼달라고 했었어요. 아직도 이 실란트로가 쉽진 않지만 요즘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이젠 집에서 만드는 살사에는 꼭 실란트로를 넣어야 맛있게 느껴져요.


실란트로의 경우는 정말 호불호가 딱 갈리는 것 같아요. 울 남편도 실란트로를 잘 먹는 편이구요. 울집 셋째도 아주 좋아해요. 보통 실란트로가 한국인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데, 또 어떤 한국분은 아주아주 좋아하더라구요. 팍팍 넣어 드시더군요. 요즘은 동남아 여행이 일반화 되어서 많이들 실란트로를 접해 봤겠지만, 아직 접하지 않았다면 시도해 보세요. 좋고 싫고는 처음 맛보면 대충 알게 됩니다. 실란트로가 여러분의 멋진 경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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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6)

  • 2017.07.09 07:11 신고

    향신료이지요?
    아직 맛보지 못한 노을이네요ㅎㅎ

    잘 보고가요

  • 2017.07.09 14:11 신고

    고수잎 이 입맛에 잘 안맞는 1인 입니다..ㅠ

  • 2017.07.09 16:54 신고

    저는 이 고수를 정말 좋아해요! 제 지인도 엄청 좋아해요. 고수 못먹는 사람하고 겸상 안한다나ㅋㅋㅋ
    베트남 요리 중에 바게뜨에 고기, 향신료, 야채를 넣어주는 샌드위치가 있는데 거기에 이 고수가 없으면 맛이 없어요!
    한국에서는 고수 대신 깻잎을 많이 먹죠. 외국인들은 깻잎을 싫어한대요ㅎㅎㅎ
    저는 둘다 좋음...^^*

    • 2017.07.10 02:50 신고

      와~ 슬님은 고수를 좋아하시는군요. 베트남은 진짜 고수를 많이 먹더군요. 고수 들어간 베트남 샌드위치는 이젠 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깻잎 아주 좋아하는데 깻잎을 다른 식문화권에서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

  • 2017.07.10 02:43 신고

    추어탕을 먹을때 대부분 고수를 넣어 먹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입에 맞지는 않아 저는 넣어먹지 안습니다.
    향신료의 경우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 2017.07.10 03:11 신고

      추어탕에 고수가 들어간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근래에 새로 생긴 방법인 것 같아요.
      고수는 특히나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듯 해요. ^^*

  • 2017.07.10 05:18

    비밀댓글입니다

    • 2017.07.12 03:40 신고

      삼겹살이랑 고수가 또 잘어울리는군요. 남편이 고수를 좋아하는데 한번 이리 먹어봐야겠어요. ^^*

  • 2017.07.10 08:08 신고

    저도 90년대 중반에 실란트로 ( 제가 기억하는 이름은 샹차이입니다)를
    처음 접했는데 아직도 극복을 못했습니다
    먹어 볼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는데 정말 목구멍에 컥 걸려서 넘어가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포기를 하고 아예 음식 주문전에 미리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때 제 동료중에는 몸에 좋다 하니 마구 먹어댄 사람이 있었는데
    기억이 납니다 ㅋ

    • 2017.07.12 03:41 신고

      입맛도 변하더라구요. 예전엔 실란트로가 정말 싫었는데 이제는 조금씩이지만 잘 먹고 있어요.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이예요. ㅎㅎㅎ
      실란트로가 피를 맑게 해준대요. 울 남편도 좋아하더라구요. ^^*

  • 2017.07.10 11:01 신고

    ㅎㅎ 처음 접할 때 다들 한번씩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전 에피소드는 없지만, 그냥 좀 거북했던 것 같네요.
    지금은 뭐.... 잘 먹습니다. ㅎㅎ

    • 2017.07.12 03:42 신고

      저도 이젠 조금이지만 잘 먹고 있어요.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이 힘들더라구요. ^^;;

  • 2017.07.11 12:03 신고

    향신료가 우리나라에서 쑥갓이라 부리는 채소와 비슷하군요

    • 2017.07.12 03:43 신고

      이것도 몇가지 종류가 있는지 어떤 건 쑥갓하고 아주 비슷하게 보이고, 어떤 건 덜 비슷해 보이고 그래요. ^^*

  • 2017.07.12 03:45 신고

    고수군요ㅋㅋㅋㅋㅋ
    요즘에는 한국에도 고수를 잘 먹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낯설게 느끼시고 잘 못 드시는 분들이 많죠.
    한국사람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를 갈 때 '고수 빼주세요' 라는 문장을 꼭 외워가잖아요ㅎㅎㅎㅎㅎ
    저는 없어서 못 먹습니다.
    한 번 익숙해지면 그 맛에 중독되는 거 같더라고요.
    고수를 많이 먹으면 모기가 잘 안 문다는데, 그건 낭설인 거 같긴 하지만요.

    • 2017.07.12 04:13 신고

      고수 좋아하지 않는다면 진짜 동남아 가기 전 "고수 빼주세요" 이건 외우고 가는 게 좋겠네요.
      히티틀러님 고수 정말 좋아하시는 군요. 이게 피를 맑게 한다고 하던데 건강관리까지 함께 하는 일거양득. ^^ 고수를 많이 먹으면 모기가 물지 않나요? 그럼 저도 고수를 많이 먹어야 할까 봐요.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07.12 22:16

    어디서 많이 본 재료인것 같습니다ㅎㅎ 잘보고갑니다^^

  • 2017.07.14 17:41 신고

    고수! 이거 한 이파리만 들어가도 존재감이 매우 강렬하죠! ㅠㅠ 실란트로, 코리엔더 꼭꼭 기억해야겠어요! 반드시 빼달라고!

    • 2017.07.15 00:47 신고

      실란트로 많이 먹는 국가들 여행하실 때 실란트로 빼달라는 한문장 현지어로 외워 가시면 큰 도움이 될 듯 해요. ^^*

  • 2017.07.19 06:36 신고

    생김새는 쑥같기도 하네요.
    고수의 맛을 느끼고... 향신료는.. ㅋㅋㅋ
    고수를 잠깐 씹었는데.. 비누향과 맛이... ㅋㅋㅋ

    • 2017.07.19 07:23 신고

      실란트로도 종류가 몇가지 있나 봐요. 어떤 건 아주 쑥갓같이 보이고, 어떤 건 덜 그렇거든요.
      비누향 또는 샴푸향 같은 그 맛과 향... 그런데 이게 계속 먹으면 또 익숙해진다는. ^^;;

  • 2017.08.09 17:09 신고

    사실 어떤 맛일까 궁금하네요. 저만 모르는거 같고,
    기회가 될지는 모르겟지만, 참고 하겠습니다.

    • 2017.08.11 08:50 신고

      고수는 베트남 쌀국수 드시러 가시면 접하실 수 있을 거예요. 처음 맛을 보면 샴푸물을 먹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예요. 그래서 호불호가 꽤 갈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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