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곰 이야기입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 곰이 많이 분포해요. 전에 살았던 태평양 연안 워싱턴 주에도 곰이 많이 있고요. 곰이 주택가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드문데 워낙 숲이 우거지고 주택가도 숲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배고픈 곰이 쓰레기통을 뒤지러 가끔 내려오기도 합니다.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있는 주택가에 살면서 쓰레기통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야생동물 초대파티를 하게 되니까 늘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미국 북서부의 산이나 오솔길에서 하이킹하다 보면 곰을 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때 가장 현명한 행동은 빨리 그 장소를 피하는 겁니다. 보통 곰이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편인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아주 위험한 녀석이란 뜻이거든요.
쉬어가는 코너
이건 잠깐 곁가지로 샌 질문인데 한번 맞춰 보세요.
친구랑 함께 하이킹을 갔는데 곰을 만났어요.
곰이 쫓아오는데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답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이미 답을 알더라도 쉿, 지금은 누설금지!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것인데 혹시나 어린 아기곰을 보면 아기곰 근처에 가거나 만지는 무모한 행동을 절대 하지 마세요. 아기곰이 있다는 것은 근처에 엄마곰이 있다는 뜻. 엄마곰은 그 누구든 자기 새끼를 건드리면 무서운 야수로 변합니다. 죽거나 혹은 심하게 다치고 싶으면 아기곰에게 다가가 쓰다듬으면서, “아~ 이쁘다!” 하시면 됩니다. 아기곰을 만져서 엄마곰에게 공격당하면 대부분 현지인들은 ‘참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을 했구나!’라고 생각할 거예요.
미국 전역에 가장 흔히 분포하고 있는 검은곰(black bears)이에요.
아기곰은 보통 2년 정도 엄마랑 함께 지내다가 독립합니다.
캠핑을 갈 때도 곰이 나올 수 있으니 지정된 캠핑장소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텐트 안에 절대 음식을 넣어두지 않는 것이 기본수칙입니다. 음식이 너무 소중해서 텐트 안에 넣고 잠을 청하게 되면 곰에게 텐트 안으로 들어와 다 헤집어 놓으라고 초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곰이 텐트를 찢고 헤집어 놓으면 자고 있던 사람도 큰 봉변을 당하겠지요. 음식조리도 텐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하는 것이 좋고요.
그런데 텐트 안에 음식이 없더라도 곰이 찾아와 텐트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군요. 이건 남편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예요.
남편, 시동생, 친구들 해서 4명이 대학시절 오레건 동부 벤드(Bend, OR) 근처로 낚시 겸 캠핑 겸 해서 룰라랄라 놀러 갔습니다. 다들 오레건에서 자라 곰에 대한 상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수칙 대로 음식은 텐트 안이 아닌 캠핑장에서 지정한 곳에 따로 두고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밖에서 부스럭 부스럭거리기 시작하더래요. 텐트 지퍼를 살짝 열고 보니 엄마곰과 아기곰 2 마리가 와서 이것저것 뒤지고 있었답니다. 아기곰 두 마리들은 독립할 때가 다 되었는지 덩치 또한 컸다네요.
텐트 근처에서 덩치 큰 곰 세 마리(? 꼭 노래 같네요.)가 음식을 찾느라 돌아다녀서 위험할 수 있는데도 막상 겪으니 이 상황이 코미디 같고 우습더래요. 남편이 먼저 웃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곰의 출현에 얼떨떨하던 시동생과 친구들도 함께 웃기 시작하고 텐트 안은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원 관리원(park ranger)이 와서 곰 세 마리를 다 쫓아내고 텐트를 열어 다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그 순간까지도 4명 모두는 웃고 있었어요. 모두 너무들 열심히 웃고 있어서 곰 세 마리에 충격을 받아 다들 맛이 간 줄 알고 공원 관리원이 더 놀라셨다는...
아래 사진을 보면 곰씨에게 음식공격을 당하는 것은 남편만의 경험이 아니네요. 위 사진을 찍은 분들도 곰씨에게 당했네요.
어쩌자고 음식을~~~
곰씨는 행복, 캠핑객은 헉!
미국에서 피크닉, 캠핑, 하이킹을 하게 되면 쓰레기 무단투척 금지나 정리정돈을 잘하고 오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절대 음식을 주지 마세요. 미국에서 주민들이 야생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은 인정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주는 음식에 익숙해진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주는 음식에 익숙해지면 사람에게 음식을 달라고 공격을 하기도 하고요. 음식 달라고 곰이 쫓아오고 공격까지 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후덜덜~ 이런 경우 자칫하면 사람이 곰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야생동물이 먹게 되면 원래 먹던 음식이 아니라서 병에 걸릴 수도 있어요. 사람은 사람대로, 야생동물은 동물대로 자기들의 삶의 방식에 따라 살아야 서로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연어를 잡은 검은곰 - 맛있게 냠냠!
그래도 가끔 덤 앤 더머 같은 사람들도 있더군요. 아래 같은 표지판이 친절하게 서 있는데 바로 그 옆에서 새에게 빵부스러기를 마구마구 던져 주던 커플.
이 표지판은 뉴욕시 것입니다.
워싱턴 주에서 있던 것도 이와 비슷했어요.
워싱턴 주 공원에서 봤던 이 덤 앤 더머 커플은 다행히 동양계가 아니라 유럽계였습니다. 이 옆을 지나가며 글을 못 읽던 셋째(당시 3세)가 표지판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하죠.
Don’t feed the birds!
아이가 아직 글을 모를 때니 표지판의 waterfowl(물가에서 사는 새) 대신에 그냥 bird(새)로 말했지만, 표지판 그림만으로도 뭘 의미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글을 모르는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표지판이었는데 그 어른 커플들에게는 아주 어려웠나 봐요.
곰을 피해 빨리 달립니다.
하지만 곰보다 빨리 달릴 필요는 없어요.
그저 친구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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