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멋진 신세계/기타

[미국 야생동물] 1. 초대받지 않은 이웃의 방문 - 미국 남동부 악어

미국에는 야생동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끔 주택가에서도 기대치 못했던 방문객들을 만나게 됩니다. 집에 찾아온 거북이나 새 등은 귀여워서 즐거운 기분을 주지만 가끔은 동물원에서만 보고 싶은 친구들도 있어 섬찟하기도 해요.

 

전에 읽은 기사에 나온 실제 상황이예요. 어느날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한 커플은 집 앞에 떡하니 나타난 예상치 못한 야생 이웃의 방문에 깜짝 놀랍니다. 이 이웃은 아마도 장식용으로 둔 현관 앞 강아지 조각상을 진짜 강아지로 착각하고 먹으러 온 것 같아요. 그러다 마침 집주인에게 딱 걸린 거죠.

너 딱 걸렸어!

 

집 앞에 놓여있는 강아지 조각상을 진짜인 줄 알고 먹으러 온 듯 해요.

 

이 초대받지 않은 야생 이웃은 바로 악어씨. 크기가 12 피트(약 3.6 m) 정도에 무게는 약 1,000 파운드(약 454 kg) 정도 되는 분입니다.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때 큰 악어가 주택가 앞에 있어서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더라구요. 합성인 줄 알았어요. 이런 이웃이 집 앞에 나타나면 정말정말 무서울 것 같아요.

 

미국 남동부는 악어(앨리게이터, alligator)의 야생 서식지입니다. 이곳의 호수와 강에는 악어들이 서로들 즐겁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딱 맞아요. 애리놀다도 한동안 플로리다에에 살았는데 악어가 꽤 많이 있었어요. 플로리다는 주 전체가 악어 서식지예요. 대부분은 앨리게이터인데 플로리다 남단 끝부분에는 크라커다일(crocodile)도 서식하구요. 미국의 악어는 거의 다 앨리게이터인데 플로리다 남부에만 유일하게 크라커다일이 서식합니다.

 

미국 악어는 대부분 앨리게이터입니다. 녹색으로 칠해져 있는 곳이 녀석들의 서식지예요.

 

그래서 미국 남동부에서는 강가나 호숫가 바로 옆에서 사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이 있으면 악어에게 "놀러와 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다행히 악어가 사람을 잘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공격을 하긴 해서 아이들이나 애완견들이 희생을 당하기도 합니다. 한참 전에는 이례적으로 플로리다 남부에서는 조깅하던 여성을 공격해 죽게한 경우도 있었구요.

 

하지만 어떤 남동부 사람들은 악어랑 함께 사는 것이 너무 친근해서 인지 엄청 무덤덤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건 애리놀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거예요. 플로리다 살면서 주변에 호수가 많아 이 호수 저 호수 놀러다녔죠. 하루는 작은 호숫가에 놀러 갔는데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부부가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여기까지는 뭐 괜찮았어요. 그런데... 그 부부의 아이들은 호수에서 수영하고 있더라구요. 플로리다는 야생 악어 서식지라서 호숫가나 강가에서 이렇게 수영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요. 특히 아이들은 몸집이 작아서 악어에게 물려 쉽게 물속으로 잡혀갈 수 있구요.

그래 그래. 이 호수에 악어가 없을 수도 있지.

 

이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했는데... 그 낚시하는 부부 옆에 친절하게 서있는 아래 표지판이 애리놀다를 완전히 기겁하게 했잖아요.

 

헉~~~!?!?!?

 

위 표지판이 있다면 안전을 위해서 당연히 수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악어에게 공격당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니까 이 부모들도 그걸 믿는 거죠. 하지만 확률이 적다해도 한번 공격당하면 아주 치명적입니다. 공격당해 죽을 수도 있고 이를 지켜 본 가족은 평생 후회하며 일생을 살아야 하구요.

 

미국 남동부 여행시 혹시 아래의 표지판을 보면 악어에게 가까이 가거나 먹이를 주려고 하지 마세요. 잘못하다가는 먹이주는 사람이 그날 악어의 먹이가 됩니다. 악어를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이거 참 난감하긴 한데...

 

악어도 아무거나 먹으면 아플 수 있잖아요. 미국 야생에 악어가 먹을 먹이가 충분히 있어요. 굳이 악어에게 한 몸 희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악어를 진정 사랑한다면 악어가 먹던 먹이를 제대로 먹도록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겠죠.

 

 

그렇다고 너무 악어를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남동부에서 악어보다 벌레나 뱀에게 물려 죽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독충이나 뱀에 의한 사고도 자주 일어나지는 않아요. 마당 잔디만이라도 자주 잘 깍아줘면 독충이나 뱀이 집안에 놀러 오는 걸 상당히 줄일 수 있어요. 악어든, 벌레든, 뱀이든 모든 것이 그렇 듯 상식적인 선에서 조심하면 됩니다. 물론 애리놀다가 목격한 것처럼 가끔 어린 자식들이 악어 출몰가능한 호수에서 수영하게 놔두는 지나치게 "쿨"했던 부모도 있지만요.

 

미국에서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서 악어도 보호되고 있어요. 다만 사람을 공격하는 녀석, 주택가에 침몰하는 녀석, 일정 크기 이상되는 큰 녀석들은 사냥해서 잡습니다. 야생동물은 원래도 사람 근처에 잘 오지 않는데 사람을 공격하는 녀석은 당연히 위험하고, 주택가에 나타나는 녀석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뜻이여서 공격 가능성이 아주 커서 또 위험하죠. 일정 크기 이상 아주 큰 악어들도 위험할 수 있구요.

 

애리놀다가 읽었던 기사에서는 주택가에 어슬렁거렸던 저 악어의 운명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현재 이 악어는 아마 어느 귀부인의 가방이 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돼요. 악어씨가 저녁식사 한번 잘 못 찾았다가 저승길에 빨리 가게 되었네요.

강아지 조각상이 잘못했네.

 

 

* 사진출처: 악어-Robert Distasio, 경고문-Google Images

 

 

악어 앨리게이터와 크라커다일은 어떻게 다를까?

앨리게이터(alligator)와 크라커다일(crocodile)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네요. 한국어로는 둘 다 악어지만 두 종류는 확실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 간단히 정

thenorablog.tistory.com

 

 

[미국 야생동물] 2. 강렬한 생명력의 상징 – 강을 타고 올라오는 워싱턴주 연어

지난 포스팅에 미국 남동부 주택가에 나타난 악어 이야기를 했는데 야생동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가지 더 해 볼까 합니다. (참고 포스팅: 초대받지 않은 이웃의 방문 - 미국 남동부 악어) 저번

thenorablog.tistory.com

 

 

[미국 야생동물] 3. 캠핑, 하이킹시 주의해야 할 야생동물 - 곰

이번에는 곰 이야기입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 곰이 많이 분포해요. 전에 살았던 태평양 연안 워싱턴 주에도 곰이 많이 있고요. 곰이 주택가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드문데 워낙 숲이 우거지고 주

thenorablog.tistory.com

 

 

[미국 야생동물] 4. 초롱초롱 눈망울의 사슴 - 때로는 너무 많아서 골칫거리

미국 야생동물 시리즈 4탄. 이번은 초롱초롱 눈망울이 아름다운 사슴입니다. 사슴도 곰처럼 미국 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어요. 근처에 수풀이 우거진 곳이 있으면 주택지라도 사슴을 쉽게 만날

thenorablog.tistory.com

 

 

[미국 야생동물] 5. 치치치 칙칙 가까이 오지 말란 말야! – 미리 경고하는 방울뱀

미국 야생동물 시리즈 5탄. 이번에는 파충류 방울뱀(rattlesnake)으로 들어갑니다. 방울뱀은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골고루 분포하는 아메리카 토박이예요. 저 위로는 캐나다 앨버타(Alberta)에서 부터

thenorablog.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