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팅했었던 글을 재 포스팅합니다.
* 원 포스팅 작성일: 2013년 8월 4일
날이 너무 더워 낮에 나가서 논다는 게 부담스러워서 요즘은 대부분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피닉스 살다 보니까 왜 더운데 사는 사람들이 잘 안 움직이는지 알겠어요. 그 땡볕에 돌아다니거나 일한다고 바깥에서 왔다 갔다 하면 열사병으로 쓰러지든지 죽기 딱 좋아요.
더운데 사는 사람들이 게을러 보이는 건 이런 날씨 영향이 가장 큽니다. 반면 추운 곳은 움직이지 않으면 땔감도 먹을 것도 얻기 힘드니까 계속 움직이는 것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고요.
푹푹 찌는 여름 한낮에는 에어컨 켜있는 시원한 집안에 앉아 있는 것이 최고입니다. 집에 앉아 비디오도 보고 책을 읽거나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Go Fish 같은 카드놀이나 스무고개 같은 놀이도 하게 됩니다. 울집은 더운 여름에는 집안이 시원해도 공부 안 해요. 여름방학인 데다 이럴 때 공부하는 건 능률도 없거든요. (홈스쿨링을 해도 방학은 꼭 챙깁니다.)
오늘은 스무고개를 하고 놀았습니다. 첫째가 이걸 참 좋아하는데 어떤 때는 계속하자고 해서 제가 도망 다니기도 해요. 첫째나 둘째와 스무고개 놀이를 하면 이제 어느 정도 생각이 잡혀있고 지식이 쌓여 있어서 제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줍니다. 따라서 제가 문제의 답이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유추하기가 쉽죠.
물론 자기들 차례가 되어 저에게 질문할 때도 유추에 꼭 필요한 적절한 질문을 잘합니다. 특히 첫째가 이걸 아주 합니다. 그런데 갓 만 6세가 된 셋째나 만 3세 막둥이와 스무고개를 하다 보면 답이 산으로 바다로 아무 데나 막 달려갑니다. ㅠㅠ
셋째는 제가 질문을 시작해 한 7~8개까지 가면 가끔 자기가 처음에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 문제의 답을 까먹어요. 제 질문의 대답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진짜 중요한 무엇 부분인 답을 잊어버리는 거죠. 그러면 저는 놀이 중간에 그저 써~얼렁 상황이 되는 거고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오늘 막둥이 넷째는 스무고개는 너무 기니까 네 고개로 하자고 조릅니다. 좋다! 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썰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막둥이가 생각하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이라서 먹는 것이라 짐작하고 저의 질문이 들어갑니다.
나 (질문 1): 먹을 수 있는 거니?
막둥: 예.
나 (질문 2): 식물이니?
막둥: 아니요.
나 (질문 3): 그럼 고기 종류구나?
막둥: 예. 그런데 과일이에요. (묻지도 않았는데 과일이라고 친절하게 답해 줍니다.)
나: 분명 식물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떻게 과일이 되니? 과일도 식물이거든. 대답이 이상하네?
막둥: 답은 스테이크 나무에 달린 스테이크예요. (답을 날리며 씩~ 웃어주는 막둥. 아직 제가 할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 자기 맘대로 답을 말해 버립니다. ㅠㅠ)
나: 스테이크 나무에 달린 스테이크??? (요즘 한국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멘붕~~)
얼마 전 미국 교양방송 격인 PBS에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Martha Speaks" 에피소드 하나를 신나게 봤거든요. 그 에피소드에서 소고기 스테이크가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가 나왔어요. 이 나무는 T.D.라는 아이가 가짜로 만든 것이었는데 막둥이는 이 스테이크 나무가 아주 인상 깊었나 봐요. 그래도 그렇지 이걸 스무고개 답으로 생각하다니...
강아지 Martha가 알파벳 스프를 먹더니 사람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람말을 할 수 있는 강아지는 Martha 뿐입니다.
다른 강아지는 알파벳 스프를 먹어도 그냥 멍멍 짖기만 하죠. ^^
이것이 문제의 스테이크 나무.
T.D.가 스테이크를 사다가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거예요.
막둥이의 스테이크 나무 덕에 좀 썰렁하기도 했지만 아이들 모두와 즐길 수 있는 놀이였습니다. 내일도 별로 할 일이 없으면 스무고개나 하고 놀아야겠어요. 단, 스테이크 나무 같은 썰렁한 답은 처음부터 금지! 하고요.
아래는 "Martha Speaks" 시작노래입니다. "Martha Speaks"의 배경도시는 Wagstaff City로 애리조나 북부 도시 Flagstaff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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