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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첫째의 Snickers 스니커즈 먹고 빚갚기 - 빚은 꼭 갚는다.

첫째의 할로윈 사탕통에는 작년 할로윈 때 동네에서 타 온 사탕 중 몇 개가 남아 있었어요. 그 중에서 스니커즈(Snickers) 초콜릿바 하나가 크니까 눈에 뜨입니다. 첫째가 이걸 팬트리에 보관해 뒀는데 팬트리 들락달락 할 때마다 자꾸 바라보며 애리놀다를 유혹해요. 평소에는 초콜릿바를 거의 먹지도 않으면서 이 유혹에는 마구 흔들립니다. (난 흔들리는 여자~)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첫째가 아껴둔 초콜릿바니까 엄마가 먹고싶다고 하면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이 스니커즈가 더 당긴 거예요.

 

 

그래서 하루는,

 

엄마가 네 스니커즈 먹고 싶어.

 

하고 말했죠. 그랬더니 딱 잘라서,

 

죄송한데, 안돼요.

 

아~ 야박하고 치사한 녀석.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첫째가 제안을 합니다.

 

엄마가 초콜릿바 드시고 드신 초콜릿바 + 이자 초콜릿바 해서 2개 사주시면 드릴게요.

 

이제 보니까 욘석이 이 엄마를 상대로 초콜릿바 고리대업을?!?! 100%의 살인적인 이자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거래에서는 원하는 (더 절실한) 사람 입장이 약해지죠. 첫째 요녀석이 그걸 파악한 것이예요. 아니면, 엄마가 이런 고리대로는 초콜릿바를 포기할 거라 생각했든지요. 어쨌든 먹고 싶으니까 이 거래에 응했습니다. 스니커즈가 너무 유혹을 해서 넘어가주는 게 예의라 느꼈거든요.

 

그래 딜이다. 이 초콜릿바 먹고 2개 갚는 걸로 한다.

 

그래서 첫째의 스니커 초콜릿바는 애리놀다의 차지가 되었답니다. 물론 빚을 졌구요. 초콜릿바를 먹으려고 하는데 막둥이 넷째가 처량한 눈빛으로 달라고 바라봐요. 이것 참 난감하죠. 그래서 첫째, 둘째, 셋째, 넷째 골고루 나눠줬어요. 애리놀다도 조금 먹었습니다.

 

엄마만 먹으라고 한 건데 (물론 살인적 이자의 초콜릿바 고리대지만) 자기는 물론이고 동생들 다 나눠주니까 첫째의 기분이 좋진 않았나 봐요. 그래도 딜을 한 이상 이 초콜릿바는 나의 것. 누굴 주든 누가 먹든 이건 이제 내 맘이죠. 처량하게 바라보는 자식들 앞에서 초콜릿바 하나를 어그적거리고 먹는 건 보통 엄마는 하기 힘든 내공이 필요하거든요. 애리놀다는 그런 내공이 없는 엄마랍니다.

 

오늘 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첫째에게 초콜릿바 빚을 갚을 거니까 2개 골라오라고 했어요. 첫째가 2개를 가져오면서 가격이 아주 좋대요. 하나 사면 하나가 공짜인데, 거기에 개당 가격이 세금전 $0.99(1,200원)랍니다. 2개 사면 개당 $0.50(600원)가 되는 셈이예요.

 

첫째에게 갚은 빚 - 스니커즈 초콜릿바 2개

 

이런 미친 가격이! 그래서 첫째와 아이들에게 2개 더 골라 오라고 했어요. 추가로 고르는 2개는 엄마 것이라고 알려 주면서요. 아이들이 골라 온 것은 스니커즈와 밀키웨이(MilkyWay)입니다.

 

요건 애리놀다 것 - 스니커즈와 밀키웨이

 

이리하여 첫째의 초콜릿바 2개, 애리놀다의 초콜릿바 2개 해서 4개가 모였어요.

 

 

첫째는 이번에 생긴 초콜릿바 2개를 먹지 않고 잘 보관할 것 같아요. 그러다 엄마가 또 먹고 싶어하면 이자받고 넘기지 않을까 싶어요. 둘째, 셋째, 넷째 막둥은 엄마가 초콜릿바를 나눠 줄 걸로 기대하는 것 같구요. 녀석들에게 첫째가 이 엄마한테 한 것처럼 초콜릿바 고리대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녀석들 수중에 돈이 없는 듯 해요. 그렇다고 노동을 조건으로 초콜릿바를 주는 것도 그렇고. (난 맘이 넘 약해~) 이거 완전히 구호식량처럼 그냥 나눠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흑흑. 고리대도 대상의 경제사정을 봐 가면서 하는 이 윤리의식. 애리놀다는 완전 바른생활 시민이예요.

 

첫째가 예상대로 초콜릿바 2개로 엄마에게 초콜릿바 고리대를 또 할지 궁금해요. 이젠 초콜릿바를 누가 먼저 먹고 아쉬운 소리를 하느냐의 싸움이겠군요. 하하하. 어쨌든 애리놀다는 100% 엄청난 이자의 빚을 갚았습니다. 딜은 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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