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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보자/주전부리

내 사랑 "블루 벨 아이스크림(Blue Bell Ice Cream)"이 돌아왔어요!

애리놀다는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예요. 하지만 오레건 주에서 만드는 틸라묵 아이스크림(Tillamook Ice Cream)과 텍사스 주에 본사를 둔 블루 벨 아이스크림(Blue Bell Ice Cream)은 좋아해요. 틸라묵과 블루 벨 중에서는 블루 벨을 더 좋아하구요. 블루 벨 아이스크림은 1907년에 창업했으니까 올해로 110년이 되는 역사의 아이스크림 회사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아이스크림 본연의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바닐라 또는 딸기만 먹는데,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홈메이드 바닐라(Homemade Vanilla)와 스트로베리 홈메이드 바닐라(Strawberries & Homemade Vanilla)는 둘 다 크림맛이 진하고 맛있어요. 모두 미국적인 그런 아이스크림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5년 봄에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리스테리아균(Listeria monocytogenes) 오염 소식이 전해졌었어요. 2015년 4월 20일까지의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보도에 의하면, 미국 4개 주에 걸쳐 블루 벨 아이스크림에 인한 리스테리아균 감염환자 10명이 발생했다고 해요. 애리놀다가 사는 애리조나에서 1명, 캔자스에서 5명 (이중 3명 사망), 오클라호마에서 1명, 텍사스에서 3명이 발병했구요.

 

이상하게도 CDC에서 리스테리아균 감염환자 발생 시기를 2015년 1월부터 발병한 경우가 아닌 2010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5년간으로 길게 잡아 놓놨더라구요. 아무튼 2010년~2015년 지난 5년간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리스테리아균 오염으로 총 10명에게 발병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리스테리아에 대해서 글을 올리면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감염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묻는 분들이 꼭 있어요. 직접 자료를 찾는 것 보다 여기서 묻는게 더 편해서 그러는 것 같긴 한데... 그런 질문에 미리 대비해 리스테리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아래에 붙입니다.

리스테리아균(Listeria monocytogenes) 감염에 의한 병을 리스테리아증이라 부르는데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감염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흔하게 발병하는 병은 아니구요. 리스테리아증은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가금류나 육류 생고기, 생우유, 치즈, 또는 잘 씻지 않은 채소 등을 먹으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균에 오염된 생고기를 요리하면서 사용한 주방도구나 오염된 생고기를 취급하고 제대로 손을 씻지 않으면 이를 통해서도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기도 합니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열이 나고 근육통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구토, 설사 같은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열이 나면서 한기를 느끼는 독감같은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구요.

리스테리아증은 오염된 음식을 먹은 후 몇 일 또는 어떤 경우에는 몇 주 후에도 발병합니다. 리스테리아균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 병자, 임신부, 신생아에게 특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리스테리아증은 패혈증, 수막염, 뇌염 등으로 악화될 수 있고, 임신부의 경우에는 유산, 사산, 조산, 그리고 태아와 신생아에게는 영구적 장애 등의 위험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읽다보면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데 걸리는 경우도 드물고, 또 이런 질병에 대한 설명들은 대부분 최악의 증세까지 언급합니다.)

 

이 리스테리아균 오염사고로 블루 벨에서는 전량 제품회수(recall)를 했어요. 그리고 제품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세척을 시작했었죠. 이것이 2015년 4월경의 일이였습니다. 그런데 몇개월이 지나도 공장세척 중이라는 소식만 전해지고 블루 벨 아이스크림이 시장에 다시 나온다는 소식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회사가 곧 폐업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량 제품리콜도 그렇고 공장세척으로 생산중단을 몇개월째 하는 거라서 기업이 소생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거든요. 맛있는 아이스크림인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이번주 집으로 배달되는 슈퍼마켓의 전단지에 눈을 띠용하게 하는 제품이 보이는 거예요. 사실 이건 애리놀다가 아닌 울집 셋째가 먼저 발견하고 말해줬지만요. 울 아이들이 엄마가 블루 벨 아이스크림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알거든요. 2년만에 다시 만나게 될 블루 벨 아이스크림. 눈이 띠용하지 않을 수 없죠.

 

블루 벨 아이스크림이 돌아왔어요요요요요!!!

이미지 캡쳐 (출처: Fry's Food 전단지)

 

위 가격 $3.99 (4,800원)은 할인가이고 세일이 지나면 원래가인 $7.99 (9,600원)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 아이스크림은 한통이 1/2 갤론(1.89 L)으로 꽤 큰 사이즈입니다.

 

기다리던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귀환. 블루 벨 아이스크림이 리스테리아균 오염 사건 이후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조치를 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귀환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슈퍼마켓에 후다닥 가서 우선 2통을 사왔어요. 블루 벨 아이스크림은 타 아이스크림과 달리 한통이 1/2 갤론(1.89 L)이예요. 아주 크죠. 2개만 사도 양이 꽤 많아요.

 

예전 슈퍼마켓에서 파는 미국 아이스크림은 1/2 갤론이 대부분이였어요. 그런데 물가가 오르고 이것저것 다 오르니까 거의 10여년 전부터 1/2 갤론 아이스크림은 흔하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블루 벨은 여전히 통크게 1/2 갤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맘에 들어요. 애리놀다가 아이스크림은 바닐라와 딸기만 좋아하기 때문에 식구들이 애리놀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것으로만 골라 사왔어요. 식구들이 애리놀다의 의견은 진짜루 받아들여준 거예요. 애리놀다의 독재 아닙니다.

 

블루 벨 아이스크림 한 통의 크기는 1/2 갤론(1.89 L)입니다.

 

딴딴딴~~~ 2년만에 블루 벨 아이스크림을 개봉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막 떨리는 마음으로 스트로베리 & 홈메이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떴어요. 아이들 넷은 모두 잠자리에 보낸 후에 개봉한 거예요. 이것이 바로 "부모가 아이들 몰래 아이스크림 개봉사건"의 시작입니다. 아이들 몇이 물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아이스크림 개봉을 목격했지만, 이 개봉사건에 불만토로는 없었구요. 내일 먹으면 되니까요. 다만 레이저 빔이 약간 섞인 눈빛으로 개봉 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더군요.

 

애리놀다는 저녁을 거하게 먹은 관계로 늦은 시간에도 배가 꺼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뜬 아이스크림은 남편만 먹을 거예요. 애리놀다는 그냥 맛만, 진짜루 맛만 봤구요. 꽉 찬 배에도 불구하고 블루 벨 아이스크림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에 어쩔 수 없이 딱 몇 스푼만 빼앗아 먹어 본 거죠. 먹어보니, 으음음~~ 예전 그 맛입니다. 여전히 맛있어요. 아이들과 애리놀다는 내일 본격적인 아이스크림 탐험을 하면 되겠어요.

 

 

1/2 갤론 (1.89 L) 아이스크림 통에 진짜 꽉꽉 차 있어요. 딸기도 송송 잘 박혀 있구요.

 

스트로베리 홈메이드 바닐라 아이스크림

 

돌아와줘서 고맙다, 블루 벨 아이스크림.

(아~ 약간 과장섞어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요.)

 

리스테리아균 오염사건으로 제품 전량회수에 공장 세척으로 공장생산 중단. 이런 과정동안 많은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공장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고 하더군요.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죠. 겨우 회사가 살아날까 말까 한 상황이였고 아직도 여전히 그러니까요. 블루 벨 아이스크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아이스크림은 블루 벨로 사다 먹으려구요.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려서 회사가 자리를 잡게 되면 예전에 해고되었던 직원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고 계속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잘 만들 수 있을테니까요.

 

힘내라, 블루 벨~. 응원한다, 블루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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