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팅했었던 글을 재 포스팅합니다.
* 원 포스팅 작성일: 2014년 10월 10일
아이들 모두 저랑 함께 앉아서 또는 누워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매일 보고 매일 같이 있는데도 그렇게 저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요. 어떤 때는 귀찮고 저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서 "엄마 쉬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듣는 편이죠.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가 블로그 글 쓰는 거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공부 끝난 후에도 엄마가 자기들이랑 계속 이야기했으면 하거든요.
난 도대체 왜 이리 인기가 많은 거야?
요즘 들어서는 특히 둘째가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해요. 자기가 읽은 책들을 주제로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거죠. 둘째는 첫째랑 자기들 방에서 좋아하는 책 시리즈 "Warriors" 들고양이 이야기를 매일매일 조잘조잘하면서도 엄마한테도 그 이야기하고 싶은가 봐요.
그런데 저는 "Warriors" 시리즈 안 좋아하거든요. 관심이 없어서 읽지도 않았고 그래서 등장인물 고양이들이 누가 누군지도 몰라요. 게다가 시리즈라 그런지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어찌나 많은지.... 첫째랑 둘째는 "Warriors" 팬이니까 물론 그 많은 고양이들을 다 꿰고 있죠. 하지만 저에게는 기억할 고양이들이 너무 많아요. ㅠㅠ
어제는 저녁 먹고 아이들 모두 끌고 나가서 산책까지 하고 돌아왔기에 좀 쉬려고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그런데 둘째가 쓰~윽 들어와 옆에 눕습니다. 그러더니 녀석의 사랑 들고양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저랑 둘째가 대화하는 걸 들은 첫째도 조금 있다가 들어와서 함께 고양이 이야기에 합류.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양이 이야기가 진짜 지겹긴 한데 오늘의 이야기는 들고양이 씨족의 의원격인 약방 고양이(medicine cats)와 약초(허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좀 색다른 주제라 열심히 들어줬죠.
첫째는 워낙 아는 게 많아서 술술 나옵니다. 이에 뒤질세라 둘째도 자기가 아는 걸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아주 열심히에요. 그래서 저도 둘째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고 맞장구도 치고 질문도 자주 했습니다.
듣다 보니까 녀석들이 약초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더라고요. "Warriors"에 나온 약초들을 읽는 걸로 끝내지 않고 집에 있는 식물 관련 책과 인터넷을 뒤져 약초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다 확인을 했어요. 그리고 책에 나온 약초들이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지 여부, 약뿐 아니라 식용으로 사용여부, 그리고 어떤 것이 사람이나 고양이에게 독초인지도 알고 있더군요.
저는 아이들이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갖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장려하는 입장이거든요. 아주 마음에 들어서 둘째가 들뜬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와 첫째의 추가 설명 등을 들으며 두어 시간을 셋이서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따로 인터넷을 훑어보고 있고, 셋째와 막둥 넷째는 좋아하는 TV 만화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요. 서로들 좋아하는 걸 즐기며 마음 편하게 저녁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목소리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듣는 바로 이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재미로 찾고 알게 모르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엄마로서 아주 즐겁고요. 좋아하는 걸 알아보고 스스로 조사해서 그런지 첫째와 둘째의 동식물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제가 가끔 동식물에 대해서 질문을 하곤 하는데 좀 어려운 걸 물어봐도 막힘이 없어요. 진짜 술술입니다. 저랑 남편도 놀랄 정도로요.
아이들 하루 공부가 끝나면 저도 쉬고 싶은데 옆에서 계속 붙어서 조잘거리면 솔직히 귀찮을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글 쓰면서 제 머리도 식히고 싶고요. 그런데 첫째나 둘째가 엄마에게 "책에서 읽어서 이만큼 알아요!" 말하면서 제게 들려주는 들뜨고 기분 목소리를 생각하면 이 조잘조잘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할 거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도 이미 만 12세. 6년 지나면 미국에서는 만 18세로 성인이 되네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제 품을 떠나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 하고 또 그게 정상인데, 그때서야 아이들 어렸을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걸 하고 후회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빨리 큽니다. 그리고 어린 자식의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요. 저는 엄마니까 지금 이 순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고 싶습니다. 사실 이게 바로 엄마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추억 포스팅] 카테고리의 글들은 2016년까지 이전 블로그에 올렸던 울집 아이들 넷의 어렸을 때 이야기들 중 일부를 옮겨온 것입니다. 본 카테고리의 글들은 댓글 비허용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좋은 하루 > 추억 포스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 포스팅] 큰 아이들이 만든 사과파이, 작은 아이들이 만든 보석 장신구 ^^ (0) | 2024.02.14 |
---|---|
[추억 포스팅] 한가롭고 온화한 피닉스 가을 오후 (2014.11.2) (0) | 2024.02.14 |
[추억 포스팅] Thidwick the Big-Hearted Moose (Dr. Seuss 작품) (0) | 2024.02.14 |
[추억 포스팅] Horton Hatches the Egg - 허튼 약속하지 않는 코끼리 이야기 (0) | 2024.02.14 |
[추억 포스팅] 첫째와 막둥이 넷째가 그린 고양이 (0) | 2024.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