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팅했었던 글을 재 포스팅합니다.
* 원 포스팅 작성일: 2014년 4월 8일
날씨 좋은 날은 집안에 있는 것이 몸에 대한 죄인지라 아이들은 놀게 하고 저는 동네를 몇 바퀴 돌며 산책을 했습니다. 한 4 바퀴쯤 돌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화단에 예쁘게 핀 동네 공원 장미들도 만나서 누가 제일 이쁜가 비교하며 꽃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고양이 한 마리가 장미 덤불사이에서 저를 바라봅니다.
짜슥, 사람 볼 줄은 알아가지고...
고양이에게는 빠이빠이 안녕을 해주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울집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서 노는 소리를 들으려고 거실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갑자기 집 앞 3~4마리 새들이 평소보다 더 크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니, 이건 노래라기보다는 막 뭐라고 울부짖는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꽤 시끄러운 것이 아마도 자기들끼리 지역구 관리를 하는 것 같더군요.
울집에는 개도 고양이도 없고 집 앞에 큰 나무들이 있어서 새들이 둥지 짓고 새끼를 키우기에 괜찮은 장소이긴 하죠. 하지만 평소보다 유달리 목소리를 높였기에 신기해서 녀석들이 뭐 하나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고만 하면 짹짹거리는 와중에도 다른 가지로 금방 훌쩍 날아가 버립니다.
새들, 사진기 앞에서 포즈 좀 취해줘라. 부탁~
비교적 큰 새가 분명 여기 앉아 있었는데 왜 사진에는 없냐구요???
다른 사진에서 겨우 찾았습니다. 새를 확대해 보면 아래의 모습이에요.
아래 사진은 함께 짹짹거리던 또 다른 녀석입니다. 저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계시네요. 이 녀석도 아주 처절하게 짹짹거립니다.
위 짹짹이를 확대해 보면... 늠름해 보이기도 하네요.
여기저기 사진기를 들어 밀으며 사진을 찍으려 노력 중인데 낯익은 인물이 집 앞 빨간 열매나무 덤불 아래서 쓰윽 나옵니다. 제가 산책을 할 때 장미화단에서 찌릿찌릿 강렬한 눈빛을 보내던 문제의 그 고양이. 장미화단과 울집이 꽤 먼데 여기까지 따라온 걸까요?
너 여기까지 따라온 거니?
이 녀석도 꽤 웃기네요. 사진만 찍으려면 쿨한 척하면서 머리를 돌려요. 뭐 초상권 침해라는 건가? 눈이 푸른 것이 참 이쁜데 도대체 정면을 찍을 수가 없네요.
제가 "야옹아~ 야옹야옹" 부르니까 짐짓 관심 없는 척 제 앞을 쓱 지나 옆 화단에서 편하게 눕습니다. 옆 화단이래 봐야 저를 바라볼 수 있는 바로 지척이고요.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네요. 새들이 거의 울부짖듯 노래인지 고함인지를 했던 것이 지역구 관리가 아니라 이 고양이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나 봐요. 둥지 주위에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니까 새들이 겁나고 당황했던 거죠. 고양이 목에 딸랑딸랑 방울이 달려있는 걸 보니 주인은 있나 봅니다. 하지만 이 고양이가 저의 인품에 반한 것이 아닌지.... ^^
고양야, 스토킹은 하지 마라. 난 그런 거 정말 싫어.
아이들이 실컷 놀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도 문제의 고양이는 밖에 계속 편하게 누워 있습니다. 새들이야 울부짖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죠. 꼭 지네 집으로 착각하고 있는 분위기.
저녁 먹을 때까지 집 앞에선 새들이 짹짹거리며 소리를 열심히 지르고 있었습니다. 불쌍한 녀석들. 저러다 목 다 쉬겠어요. 깜깜해지니까 그제야 조용해집니다. 아마도 저를 흠모하던(?) 그 고양이가 집으로 돌아갔나 봐요. 낮에는 마실을 쏴 돌아다니더라도 밥 때나 잠잘 때 되면 꼭 집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바른생활 고양이입니다.
혹시나 내일도 집 앞 새들이 죽어라 노래를 부르면 그 고양이가 마실 왔는지 살짝 확인해 봐야겠어요. 저 보러 마실 왔다면 제가 얼굴 정도는 한번 보여줄 수는 있죠.
아~, 이 인기를 어찌할꼬~
[추억 포스팅] 카테고리의 글들은 2016년까지 이전 블로그에 올렸던 울집 아이들 넷의 어렸을 때 이야기들 중 일부를 옮겨온 것입니다. 본 카테고리의 글들은 댓글 비허용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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