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북미, 즉 North America를 미국과 캐나다만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약간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북미에 대한 포스팅을 올려 봅니다.
북미(North America, 북 아메리카)는 그 이름대로 북쪽에 있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륙 개념입니다. 남쪽에 있는 아메리카 대륙은 남미(South America, 남 아메리카)로 불리고요.
따라서 북미는 미국과 캐나다만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북미에는 덴마크령 그린랜드, 캐나다, 미국, 멕시코, 과테말라.... 계속 내려가서 저 아래 파나마까지, 그리고 카리브해 섬들도 포함됩니다. 북미에 속한 국가나 영토들의 리스트는 아래 연결해 둔 영어판 Wikipedia를 참고하세요.
북미 대륙은 언어와 문화에 따라 크게 2 지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하나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지역들 중심으로 한 앵글로-아메리카(Anglo-America)이고, 하나는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지역들 중심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입니다. 앵글로-아메리카에는 미국, 캐나다, 벨리즈, 영어권 카리브해 섬들 등이 포함됩니다. 캐나다의 퀘벡(Quebec)과 미국 루이지애나(Louisiana)는 프랑스 영향을 받았지만 앵글로-아메리카로 통상적으로 포함시키고요.
"북미가 곧 앵글로-아메리카"로 오해하시는 분들은 타 앵글로-아메리카인 벨리즈와 영어권 카리브해 섬들은 북미에서 빼시더군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북미에 앵글로-아메리카 지역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앵글로-아메리카라고 해서 모두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이 같은 건 아니에요. 우선 미국만 봤을 때 미국의 50개 주도 약간씩 다른 문화를 보입니다.
미국 한 나라에도 여러 다양한 기후가 있어서 그에 따른 생활방식의 차이가 벌써 발생하고, 과거 영국, 프랑스, 스페인 중 어느 국가의 영향을 받았냐에 따라 그에 맞게 다른 모습을 보여요. 거기에 독일계, 이태리계, 아일랜드계 이민자들도 많이 이주해서 그런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19세기부터는 캘리포니아에 다수의 중국계 철도건설 노동자들이 이주했고, 하와이는 아시아계 노동자들이 이주해서 동양계가 많습니다. 특히 하와이는 동양계가 주민의 가장 큰 인종구성이에요. 하와이는 원주민 폴리네시아계, 영국계, 아시아계 등의 문화들이 미국 본토의 문화와 섞여 미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정착하게 되었죠.
멕시코에서 독립해 독립된 국가로 지내다가 미국 연방에 들어온 텍사스도 상당히 다른 기질을 보입니다. 미국 중부 대평원 지역도 또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영국의 영향이 강했지만 미국 독립에 앞장섰던 지역 중 하나인 미 북동부 뉴 잉글랜드도 또 다르고요.
지금까지 예를 든 것은 미국 주의 다른 모습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지명에도 과거의 영향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프랑스 개척자들이 많이 진출한 미국 북부, 과거 프랑스령이었던 남부 루이지애나는 프랑스식 지명이 많습니다. 미국 남부 중 스페인령이었던 지역은 스페인어 영향을 받은 지명이 많이 있고요.
제가 캐나다에 살아 본 적이 없어 매체로만 접하는 것이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 캐나다도 각 province나 territory 마다 약간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더군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벡 지역과 태평양 연안의 British Columbia(BC)는 서로 달라 보였거든요. BC는 밴쿠버가 있는 지방인데, 이 지방은 문화 및 경제적으로 봤을 때 퀘벡보다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와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인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영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캐나다의 문화를 잘 알다고 말할 수는 없고요. 살고 있는 미국만큼 캐나다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게 되니까요. 미국인으로 캐나다의 TV 시리즈, 영화, 뉴스 등을 가끔 접하면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이 미국과 약간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북미에 속한 나라들의 2015년 자료에 의한 인구를 살펴본다면 인구수별 최상위 국가는 미국 > 멕시코 > 캐나다 순입니다. 1위 미국의 인구는 3억 2천1백만 명 정도예요. 2위 멕시코는 1억 2천 1백만명 정도, 3위 캐나다는 3천6백만 명 정도입니다. 미국은 멕시코 인구의 2.7배 정도 되고, 멕시코는 캐나다 인구의 3배 정도 됩니다. 미국은 캐나다 인구의 약 9 배구요.
북미 인구수별 최상위 3 국가
1위 미국 - 약 3억 2천1백만 명 (북미 총인구의 57%)
2위 멕시코 - 약 1억 2천 1백만명 (북미 총인구의 21%)
3위 캐나다 - 약 3천6백만 명 (북미 총인구의 6%)
그래서 인구수로 보면 북미에서 미국 다음으로 문화의 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멕시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만을 북미로 표현한다면, 북미에서 멕시코가 붕 뜨게 되는 거죠. 거기에 멕시코를 제외한 북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인구수를 합한 것이 캐나다 총인구수보다 훨씬 더 많아요. 이것은 북미에서 라틴 문화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만을 묶어서 북미라고 표현하면 이상하게 느껴져요. "그럼 멕시코와 다른 나라들은???" 이런 생각이 떠오르거든요. 북미에는 앵글로-아메리카 외에도 엄연히 그린랜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카리브해 섬들도 포함되니까요.
이런 이유로 북미를 미국과 캐나다만을 가리키며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모호하게 "북미에서 이렇다" 말하기보다 좀 더 확실한 표현으로 쓰는 게 더 좋을 듯하고요. 미국 문화나 음식을 설명하면 그에 맞게 미국 것으로, 캐나다 문화나 음식이면 그에 맞게 캐나다 것으로, 멕시코 문화나 음식이면 그에 맞게 멕시코 것으로, 이외에 타 이웃 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면 영향을 받았다 등등으로 말이죠. 북미 인구수 2위와 3위인 멕시코와 캐나다의 문화와 음식은 서로 상당히 다르거든요.
같은 앵글로-아메리카라도 아시다시피 미국과 캐나다는 전혀 다른 국가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이에요. 우선 크게 보면 미국은 공화제로 국왕이 없고, 캐나다는 군주제로 영국의 국왕이 캐나다의 국왕이기도 합니다.
북미(North America)란?
미국과 캐나다만 의미 (X)
그린랜드, 캐나다, 미국, 멕시코, ....., 파나마, 카리브해 섬들 (O)
추가
북미(North America), 중미(Central America), 남미(South America) 이렇게 나눈다 해도 멕시코는 북미(North America)에 포함됩니다. 중미가 멕시코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멕시코 바로 아래 과테말라와 벨리즈부터 시작해서 파나마 까지거든요.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북미 자유무역 협정)도 미국, 멕시코, 캐나다 간에 체결된 경제협정이고요. 따라서 북미, 중미, 남미로 굳이 세분해서 나눠도 북미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 이 세 나라가 들어가 멕시코가 포함되게 됩니다.
중미로 세분하는 것은 정치적/역사적인 구분이지 이를 대륙으로 보고 분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테말라와 벨리즈부터 파나마까지를 중미로 분류한다 해도 이곳은 여전히 북미의 일부분이에요. 중동이 여전히 아시아의 일부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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