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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책 한권

"Timeline" by Michael Crichton 마이클 크라이튼

"Timeline"은 1999년에 출판된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의 소설로 제가 마이클 크라이튼 시리즈 중 세번째로 끝마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타임머신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의 퀀텀 이론(quantum theory)을 적용해서 웜홀을 만들고 이것을 통해 우리와 비슷한 다른 우주(universe)로 여행자를 보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머리 아프게 복잡하고 그런 건 아니예요. 책장이 술술 넘어 갑니다.

 

 

"The Timeline"의 시대적 배경은 두 시대입니다. 하나는 1999년 현재이고, 또 하나는 중세시대로 백년전쟁(Hundred Years' War) 중이던 그 시기입니다. 소설 속 중세시대의 정확한 연도는 백년 전쟁이 시작된 지 20년 후인 1357년이니까 백년 전쟁의 초반기인 셈이구요. 중세시대의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의 도르도뉴(Dordogne) 지방입니다. 당시 도르도뉴에서는 영국계와 프랑스계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의 상황을 제가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백년 전쟁 이전부터 영국 왕실은 프랑스 내 많은 영토들을 조상에게 물려받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봉건제 영주로 있던 사람들이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실을 형성했거든요. 따라서 당시 프랑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영국인이다 프랑스인이다 하는 이런 개념이 거의 없었습니다. 영국인이다 프랑스인이다 이런 개념은 백년 전쟁을 치루면서 형성되게 됩니다.

 

"Timeline"에서는 현재와 중세의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며 전개됩니다. 현대에서는 콴텀 이론과 기술을 이용해 다른 우주의 다른 시간대 여행을 가능하게 한 회사인 ITC의 CEO인 로버트 다니거(Robert Doniger)와 회사 관계자들과 도르도뉴 지역에서 중세시대 유적을 발굴하고 있는 예일대 교수 에드워드 존스턴(Edward Johnston)과 대학원생 팀이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중세시대는 도르도뉴 지방의 영국계 지역 세력이 프랑스계와 전쟁하는 백년전쟁 당시의 상황이구요. 현대 시대에서 ITC는 존스턴 교수의 도르도뉴 지역 발굴작업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존스턴 교수는 ITC 본사가 있는 미국 뉴 멕시코(New Mexico)에 갔는데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되지요. 사라진 교수를 찾아오기 위해서 ITC는 도르도뉴 발굴팀 몇 명에게 부탁(?)하고 이들을 아주 먼 어디론가로 보냅니다.

 

평행 우주(parallel universe)인 셈이죠. 서로 다른 우주라서 우주 B의 과거로 이동하게 되면 우리가 사는 우주 A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데 소설에서는 또 영향을 주는 것이 보이더군요. 소설 속에서는 다른 우주라고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시간대만 다를 뿐이지 우리가 사는 우주와 일어난 또는 일어날 일들이 거의 같습니다.

 

다른 우주로 가는 것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시간여행이라고 할 수 없는데 소설에서는 할아버지 패러독스(Grandfather paradox)에 대해서도 약간 언급을 합니다. 할아버지 패러독스라는 것은 시간여행으로 과거에 가서 실수로든 뭐든 할아버지를 죽이게 되면 "내"가 태어날 수 없게 된다는 패러독스입니다.

 

이것은 내가 과거로 가서 한 행동이 역사를 바꿔서 "내"가 존재할 수 없게 되는 패러독스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할아버지 패러독스는 사람들이 시간여행 아이디어에서 많이들 고민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인데 마이클 크라이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Timeline"을 통해 의견을 밝힙니다.

 

제가 즐겨보는 많은 콴텀 이론 다큐멘터리에서는 "내"가 과거로 가는 자체로 다른 가능성(probability)이 펼쳐지는 alternative universe가 생성되기 때문에 "내"가 떠나온 우주와는 다른 우주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Alternative universe는 적당한 한국어를 못 찾았어요. 그래서 그냥 영어로 씁니다.) 다중 우주(multiverse)의 평행 우주 개념이죠. 이렇다면 할아버지 패러독스가 크게 영향을 줄 건 없게 되구요.

 

또 어떤 설명에서는 마이클 크라이튼이 설명하는 것처럼 아무리 과거를 바꾸려 갖은 노력을 해도 다 실패로 끝나서 결과적으로 이미 정해진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건들은 "내"가 과거에서 아무리 변하게 하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다는 거죠. 즉, 할아버지 패러독스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마이클 크라이튼과 달리 과거로의 여행 자체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예요. "내"가 과거로 간 사건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의 alternative universe의 형성이라고 보거든요. 아니면, "내"가 떠났던 우주가 이미 "내"가 과거로 돌아가 만든 그 결과물인 우주일 수도 있구요. 아이고 복잡해라~~~

 

누가 맞는지는 시간여행이나 다른 우주로의 여행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딱히 중세시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예요. 로마시대의 그 문화, 기술, 정치 등의 수준과 중세시대의 수준은 정말 천지차이였거든요. 로마시대보다 너무나 뒤처진 정치, 경제, 기술에다가, 거기에 편협적인 세계관의 종교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중세시대 생활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구요.

 

하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이 바라보는 중세시대의 관점이 긍정적이고 로맨틱해서 인지 읽고 나니까 중세에 대한 제 관점까지 좋아졌어요. "Timeline"의 마지막에 덧붙여진 에필로그는 따뜻한 여운을 주며 이 소설을 마치게 합니다. 저는 친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 에필로그가 특히 좋더군요.

 

* 한국어 제목이 뭘까 하고 찾아 봤는데 "Timeline"의 한국어 제목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JP님께서 댓글로 말씀 남겨주시길, 한국어판은 "타임라인"이란 동일 제목으로 2권으로 나누어져 출판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마 절판된 것 같다고 하시구요.

 

참, 마이클 크라이튼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이 소설도 2003년에 이미 영화화 된 적이 있습니다. 고인이 된 폴 워커(Paul Walker)도 출연했고, 강렬한 남성미를 자랑하는 제라드 버틀러(Gerard Butler)도 출연했어요.

 

전에 남편이 이 영화를 보고 있던데 저는 딴 걸 하고 노느라고 조각조각 몇 장면만 봐서 부분만 기억이 나요. 그런데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진 편은 아니였던 것 같구요. 소설 원작을 읽은 후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니, 조각조각 본 영화지만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아래 예고편을 붙여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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