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해 남편이 만든 로스트 비프 (Roast Beef)와 스파게티 알라사시나 (Spaghetti All'Assassina)
- 먹고 보자/맛있다
- 2025. 3. 26. 07:57
내가 요즘 덜 먹는지 약간의 빈혈이 있었다. 영양제는 늘 잘 챙겨 먹고 있지만 남편이 걱정하더니 철분을 더 챙겨주고 싶다고 한다. 로스트 비프 (roast beef)를 만들어서 고기를 먹이고 싶다고 한다.
남편은 로스트 비프 만들 때 감자, 당근, 양파, 양배추 등도 넣는데 이번엔 내게 철분 보충이 목적이라 고기만 오븐에서 구웠다. 그리고 이건 식사가 아니라 간식으로 먹은 거라 고기만 먹었다.
남편이 아주 잘 익혔다.


식구 넷이 각자 원하는 만큼 덜어가 로스트 비프의 맛을 즐겼다. 막둥 넷째는 뭔가 다른 변화를 주고 싶다며 베이글을 가져다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진짜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로스트 비프 베이글 샌드위치다. 고기가 양이 많으니 막 빠져나온다.

남편, 나, 그리고 셋째는 고기만 가져다 먹었다.
이건 내 접시다. 처음엔 이만큼 내 것을 가져와 먹으려는데 남편이 나를 막 부른다.

그리고 고기를 더 얹어 준다. 내 빈혈 때문에 먹이려고 만든 건데 내가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논리다. 나를 잘 챙겨주는 남편에게 나는 언제나 너무 고맙다.

이렇게 먹고도 더 가져다 먹었다.
남편 덕분인지 빈혈 기는 사라졌다. 음식의 양도 조금 늘여서 먹고 있다. 며칠 사이에 많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어제 아이들이 스파게티 만든다고 면을 많이 삶아서 남은 면이 냉장고에 남아 있었다. 스파게티 소스도 꽤 남았다. 남편이 이걸 이용해 뭔가 다른 걸 만들고 싶어 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저녁으로 스파게티 알라사시나 (Spaghetti All'Assassina)와 비슷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내가 "그게 뭐야?" 물으니까 어쌔씬 스파게티 (Assassin's Spaghetti)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걸 만드려고 그랬는지 어제 코스트코에 갔을 때 남편은 크러쉬드 레드 페퍼 (Crushed Red Pepper)도 사 왔다.


발음만 들어봐도 이탈리아어 같은 스파게티 알라사시나는 위에서도 말했듯 어쌔씬 스파게티란 뜻이다. 이거 먹고 먹는 사람이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어쌔씬이 만들었을 정도로 쥑이는 맛의 스파게티란 뜻이라 봐야 할 것 같다.
스파게티 알라사시나가 독특한 것은 삶은 면을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팬에서 직접 익힌다는 점이다.
만드는 법은 몇가지가 있어 보인다. 어떤 레시피는 처음부터 토마토 소스를 팬에 조금씩 넣으면서 스파게티 면을 익힌다. 어떤 레시피는 중간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기름이 뜨거워지면 마늘 다진 것과 레드 페퍼 플레이크를 넣고 볶은 후 스파게티 면을 넣고 코팅을 시킨 후 토마토 소스를 넣고 익히는 방식이다.
스파게티가 토마토 소스를 흡수하면 팬 위에서 거의 탈 정도로 볶는다. 그래서 스파게티 알라사시나의 다른 별명이 탄 스파게티란 뜻의 Spaghetti Bruciati (스파게티 브루챠티)다.


남편은 올리브 오일, 마늘, 크러쉬드 레드 페퍼로 풍미를 살린 후 스파게티 면을 볶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이번 스파게티 알라사시나의 목적이 삶은 스파게티 면을 처리하는 게 목적이라서 삶은 면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스파게티를 볶고 나니 이 자체로도 아주 맛있어 보인다.

어제 만들었던 여분의 스파게티 소스를 넣어 함께 볶았다.

원래 스파게티 알라사시나는 태우는데 그렇게까지는 태우지 않았다. 난 태우지 않는 게 좋아서 남편표가 더 맘에 든다. 거기에 우리는 어제 남은 고기가 들어간 스파게티 소스를 사용한 거라서 팬에서 태우는 건 좋지 않다. 오리지널 스파게티 알라사시나는 고기가 없는 토마토 소스를 사용한다.

각자 덜어가서 먹었다. 오호~ 맛있다! 셋째와 막둥 넷째도 맛있다며 두 번씩 덜어가 다 싹싹 먹었다.


식구들이 모두 맛있게 잘 먹으니까 남편이 너무 흐뭇해한다. 난 남편표 스파게티 알라사시나도 좋은데 다음에는 좀 더 정통식에 가깝게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