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굴이 먹고 싶다. 예전엔 굴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륙 사막인 피닉스에 살면서는 먹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음식이라 그런가 보다. 유튜브에서 굴 먹방을 본 것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내가 아는 한 피닉스의 울동네 마켓에서는 생굴을 거의 취급하진 않는다. 코스트코에서도 여러 번 생굴을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런데 뭔 일인지 이번주에 동네 마켓 Albtertsons에서 생굴을 팔고 있었다. 내가 몇 번 굴이 먹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났던 남편은 나한테 먹이고 싶다고 굴을 샀다. 굴 한 개당 가격은 $1.29 (1,680원)여서 10개에 $12.90 (16,800원)이었다.
껍데기까지 있는 굴을 석화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이게 아마 석화일 것 같다.
미국 어느 바다에서 생산한 굴인지는 모르겠는데 굴의 껍데기가 한국에서 예전에 먹었던 것과 비교해 꽤 두껍다. 남편이 아내에게 먹인다고 일일이 까느라고 고생했다. 남편이 자란 오레건에서도 굴이 꽤 많이 생산되는데 남편 말이 오레건에서 먹던 것보다 이 굴의 껍질이 훨씬 두껍다고 한다.
한꺼번에 껍질을 다 까서 먹으려고 큰 접시를 가져왔는데 껍질 하나 까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큰 접시에 까지는 대로 하나씩 올리고 먹었다. 큰 접시에 올려놔서 아래 굴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게 안 보이지만 실제는 크기가 꽤 크다.
초고추장 올리고 얌얌.
굴의 알도 통통하다.
어떤 굴은 홍합을 덤으로 붙여서 왔다. 그래도 보너스 홍합은 안 먹을 거다.
남은 굴껍데기들.
10개 중 3개가 남았는데 남편이 껍질 까느라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그냥 쪄서 먹기로 했다. 찜기에서 찐 귀여운 굴 삼 형제가 접시 위에서 낙첨을 기다리고 있다.
찌니까 껍질이 바로 열린다. 찌기 전에 굴 3개 중 하나가 유달리 작아서 좀 아쉽다 했는데 껍데기를 열어보니 작은 굴의 알이 오히려 더 크다. 별 것도 아닌데 로또 당첨된 느낌이다. 이 굴은 찌니까 더 맛있다. 남편을 생굴 까느라 괜히 고생시킨 것 같아 좀 미안하다.
굴은 몇 개만 먹어도 굴 섭치 한계에 금방 도달한다. 충분히 먹었다. 아내 생각해 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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