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의 일이 그의 작업이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지나고, 호주에서의 배낭여행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 흘러갔습니다.
피터와의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에 있습니다.
호주 배낭여행 중에는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해도 계속 백패커즈 호텔에 묵었는데, 가끔 한국 사람들도 만나 같이 놀기도 하고 친분을 쌓기도 했어요. 하루는 백패커즈 호텔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랑 호텔 지하에 있는 바에 술 마시러 갔습니다.
바에서 한창 신나 酒님을 공경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 스코틀랜드 남자애가 접근을 합니다. 바에서 술 마시고 노는데 뭔들 좋지 않겠습니까만, 스코틀랜드 남자애가 생긴 것도 준수해서 저도 별 거부감이 없었어요.
생맥주 한 잔, 두 잔, 세 잔... 그때 제가 한 주량 하던 때였으니까 맥주는 꿀꺽꿀꺽 잘도 목을 넘어갑니다. 게다가 호주 맥주도 맛이 좋거든요. 그런데 그때까지 저랑 동일한 양을 마시던 스코틀랜드 총각의 흔들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짜식, 이 정도 술에 흔들리다니! 순진하군... ^^
네 잔 째 쯤이었나... 옆에 바싹 붙어서 술을 마시던 그 스코틀랜드 녀석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거예요. 어디로 갔나 궁금했지만, 酒님 공경이라는 신성한 일에 집중하고 있던 20대의 저는 바에서 만난 다른 나라 아이들하고 수다를 열심히 떨고 있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 녀석이 제 주량에 놀라서 도망간 것이었다는... ㅠㅠ
20대의 제가 눈치가 좀 있거나 내숭을 잘 떨었다면 술도 못 마시는 척하고 그랬을 텐데 워낙 솔직해서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 아닙니까? 가끔 내숭도 적절히 해야 연애도 하고 인연도 잘 만드는 것인가 싶더라구요. 그런데 몇 년후 남편을 만났을 때는 술을 잘 마셔서 연애에 도움이 되었어요. 남편 말이 술마시는 제가 귀여웠다나 뭐라나... 이런 말 하니까 괜히 부끄러워지네요. ^^
결국 인연은 다 따로 있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술을 너무 잘 마셔서 인연을 놓쳤고, 한번은 술을 잘 마셔서 일생일대 최고의 인연인 남편을 만났으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내숭은 필요 없는 것일까요? 아~ 역시 연애는 복잡해요. 그냥 느끼는 대로 하는 게 제일 나을 듯해요. 인연이라면 나쁜 짓 빼고 뭘 하든 다 이어지겠죠.
P.S. 지금은 술을 잘 못해요. 아이들 넷을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느라고 첫째 임신하고 난 후 10년도 넘게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몇 년 전부터 1년에 몇 차례 명절 때 식사하면서 조금 마시곤 하는데 금방 어질어질 해져서 얼마 못 마셔요. 지금 예전처럼 마신다면 그날이 제삿날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창 크는 아이들 넷이나 키워야 하는 엄마인데 제삿날을 너무 빨리 만들면 절대 안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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