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지난번에 사 온 짜파게티를 점심으로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만드는 법이 이상하다.
냄비에 찬물을 붓고 그 상태에서 면을 넣더니 거기에 스프와 건더기 스프도 연달아 다 넣는다. 불에 올리기 전 찬물인 상태에 면, 스프, 건더기 스프, 식물성 기름이 다 들어간 거다. 짜파게티 한 봉지 안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간 이 냄비를 불에 올려 이제부터 끓이기 시작한다. 내가 아는 짜파게티 조리법과 전혀 다르다.
둘째가 짜파게티를 처음 만들어 보는 것도 아닌데 이번에 너무 이상하게 만든다. 조리법도 읽지 않고 찬물일때부터 면이고 스프고 다 집어넣었나 싶어서 당황했다. 참견병이 올라와 이상한 방법으로 짜파게티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둘째의 대답은 전혀 예상밖이다. 조리법을 그대로 따른 거라고 한다.
짜파게티 조리법을 그대로 따랐다고?
봉지 뒷면의 조리법을 확인해 봤다. 둘째 말이 진짜 맞다.
냄비에 350ml의 실온도 물, 스프, 건더기 스프, 식물성 기름, 면을 넣고 끓이기 시작해서 끓으면 5분간 익히라고 되어 있다.
내가 아는 짜파게티 조리법은 면을 먼저 삶고 익으면 한 스푼 정도 물을 남기고 나머지 물을 다 버린 후 스프, 건더기 스프, 식물성 기름 등을 넣고 섞는 거다. 이 섞은 걸 잠깐 불 위에서 볶아주면 완성. 그랬던 것 같은데 완전 다른 방식이다.
찬물에서부터 다 넣고 삶으면 면도 잘 익고 끓은 후 5분간 더 조리하게 되면 물은 알아서 날아가게 된다. 그럼 적당한 물기의 짜파게티가 자연히 만들어진다. 물을 따라낼 필요 없는 이 새로운 방식이 훨씬 더 수월하다.
짜파게티가 진화하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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