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2월 2일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올린 것을 재 포스팅합니다.
멸치액젓은 김치 만들 때 넣어도 좋지만, 미역국 같은 걸 끓일 때 조금 넣어주면 국물이 맛있어져요. 멸치육수를 내고 싶은데 마른 멸치가 없다면 멸치액젓을 조금 넣어도 되고요. 그래서 미국에 사는 울집에서는 멸치액젓을 사서 두고두고 먹습니다.
오호~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귀여운 멸치들
김장 담을 것도 아니면서 한번에 큰 거 사다가 오래 먹을 요량으로 지난번에 한인마켓에 갔을 때 큰 맘먹고 3kg짜리 큰 통으로 사 왔습니다. 멸치액젓이 잘 상하는 음식도 아니니까요.
선택한 멸치액젖의 제조사는 "청정원"입니다. 음식을 주로 만드는 대기업이라고 들었기에 믿고 별생각 없이 사들고 집으로 왔어요. 멸치액젓 재료라고 해봐야 멸치, 소금, 물일 게 뻔하니까요.
집에 와서 맛을 보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멸치액젓에서 약간 독특한 향이 납니다. 뭐지?
맛에서도 독특한 맛이 나요. 보통 멸치액젓에서 나는 그런 맛이 아닙니다. 이제서야 재료명을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윽~!
이 멸치액젓에는 들어간 것도 많네요. 보통은 재료명을 꼼꼼히 챙기는데 '멸치액젓이니까' 그리고 '유명 제조사니까' 하고 어쩌다 한번 신경을 안 썼더니 그게 실수였어요.
물, 멸치추출액 33.4%, 소금, 쿠킹 와인, 몇가지 조미료들
멸치추출액이 33.4%만 들어갔고 쿠킹 와인도 들어 있는 것 보니까 이게 흔히 생각하던 멸치액젓이라기보다 멸치액젓맛 조미간장 비슷한 것이였더군요. 전면에 크게 쓰여 있던 "멸치액젓" 제품명에 낚였던 겁니다. 아래 멸치처럼... 파닥파닥 흑흑.
난 오늘 제대로 낚였어!!!
늘 재료명을 꼼꼼히 확인하는데 멸치액젓이라고 크게 표기된 제품명만 보고 방심한 것이 실수였어요. 요즘 한국에서 멸치액젓에 쿠킹 와인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쿠킹 와인과 멸치액젓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아요. 큰 마음먹고 큰 통으로 샀는데 완전히 황당한 경우였죠.
뒷면 사용법을 보니까 김치 담을 때나 요리 시 간장 및 소금대용으로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적절하지 않을 듯합니다. 쿠킹 와인 때문에 맛이 독특(^^)해요. 그리고 멸치액이 희석되어 있어서 보통 멸치액젓보다 훨씬 많은 양을 넣어야 하고요. 멸치액젓 얼굴을 한 조미액젓을 영접한 이 황당 사건 이후, 좀 더 꼼꼼히 재료명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청정원의 3kg 멸치조미액젓이 입에 맞지 않아 그 다음에 한인 마트에 갔을 때 다른 멸치액젓으로 샀습니다. 이번엔 "하선정 멸치액젓"이라는 것으로 골랐어요. 이 제품명도 들어봤어요. 쿠킹와인이 들어갔는지부터 확인했어요.
영문 재료명을 보니까 멸치, 물, 소금이 전부라고 합니다. 쿠킹 와인 같은 이상한 재료가 없으니 우선 합격!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1kg짜리 작은 것으로 샀고요.
이건 그냥 하는 이야기인데 한인 마트에서 사는 많은 제품들 중 영문 재료명과 한글 원 재료명이 다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글 원 재료명과 비교해 영문 재료명은 여러 성분이 빠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제품의 영문 재료명을 잘 믿지 않아요.
거기에 한국에서 온 수입음식들 중 영문 재료명 및 영양정보가 관련 한글 정보 위에 딱 붙어있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한글로 된 원 재료명을 파악하고 싶어도 이렇게 가려져 있으니 소비자는 알 수가 없죠. 미국 식품수입법에 따라 다 잘 알아서 영문 재료명 및 영양성분표를 붙였겠지만 한국어를 아니까 한글 재료명도 확인하고 싶거든요. 게다가 한글과 영문의 재료명들이 서로 상이한 경우가 종종 있다면 더욱 그렇고요.
한글 재료명 위에 영문 재료명 라벨을 딱 붙여 놓으면 매장에서 소비자가 영문 재료명 및 영양성분표 라벨을 떼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떤 때는 약간 답답합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이리 붙였겠지만, 미국에서 한국 식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일 텐데 한글 원 재료명도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영문 재료명 위치를 잡아 주면 좋겠어요.
"하선정 멸치액젓"의 멸치, 물, 소금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영문 재료명은 한글 재료명과 결론적으로는 맞더군요. 집에서 영문 라벨을 떼서 보니까 뒤에 숨어있던 한글 재료명이 멸치액젓 80% (멸치 생물 기준 태국산 87.5% + 국산 12.5%), 천일염, 정제수, 정제소금이었습니다.
지난주 한인 마트에 또 갔는데 이번에도 멸치액젓을 하나 더 사 왔습니다. 한인 마트에 자주 오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한번 왔을 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기본양념류를 사두는 것이 좋거든요. 저번에 샀던 "하선정 멸치액젓"말고 다른 하나가 눈에 뜨입니다.
"서해수산식품"이라고 처음 들어본 회사인데 영문 재료명을 보니까 이건 멸치와 소금뿐이더라고요. 물이 재료명 빠져 있는 걸 보니 더 농축된 제품으로 판단되어 이것으로 사들고 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또 한글 원 재료명을 확인하기 위해서 영문 라벨을 떼었지요. (좀 지독한가?) 그런데 이 라벨은 잘 안 떼어지네요. 끙끙거리고 떼어 냈더니 영문 재료명이 정직했더군요. 멸치 75%에 식염 25%. 하선정 멸치액젓보다도 고농축 멸치액젓입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강한 멸치액젓향이 나는 것이 확실히 진해요. 맛을 봤더니 역시 진합니다. 마음에 들었음!!!
"서해수산식품" 멸치액젓으로 음식을 만들어 봐야 진짜 음식과 어울린 맛을 알 수 있겠지만 우선 맛과 향이 멸치액젓에서 풍겨야 할 그런 것이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맛의 트렌드가 바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멸치액젓과 쿠킹 와인은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입맛이 다 다르니 그런 조미액젓이 나왔다 싶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한국음식이라면 한국음식다웠으면 좋겠어요.
이 멸치액젓 사건으로 제게 교훈이 있다면 식품을 (특히 가공식품) 살 때는 "재료명을 보고 또 보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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