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까 나가기 귀찮다. 집에 있는 재료로 뭔가 만들어 먹어야겠다.
냉동실을 보니 돼지등심 (pork loin)으로 각각 5 파운드 좀 넘는 (약 2.5 kg) 2 덩어리, 그리고 닭다리와 닭허벅지 등등이 있다. 닭다리와 닭허벅지로 매콤하게 닭찜을 만들까 했는데 갑자기 이것도 귀찮다.
그럼 관심은 이제 돼지등심 2 덩어리. 하나를 가지고 탕수육을 만들어야겠다. 그런데 귀찮기로 따지면 탕수육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냥 비 오는 날이라 뭔가 치이이~~~ 굽고 싶어서 핑계를 대고 있다. 거기에 첫째도 겨울방학으로 집에 있으니 오랜만에 탕수육을 먹이는 것도 좋다.
이 돼지등심 덩어리 중 하나를 낙점했다. 오늘의 탕수육으로 변신시킬 거다.
자르기 편하게 어느 정도 해동이 된 돼지등심은 숙달된 솜씨의 조교 남편이 잘라준다.
일부는 스테이크 식으로 잘라 첫째가 좋아하는 매운 폭찹 형태로 며칠 후에 만들 거라서 따로 보관했다. 6 조각 자른 건 플라스틱 통에 넣어 냉동실에 보냈다.
고기는 기본 양념해서 재우는 동안 탕수육 소스를 먼저 준비해 둔다. 탕수육 소스를 미리 만들어 두면 이따가 고기가 다 튀겨졌을 때 곧바로 먹을 수 있다. 집에 탕수육 소스에 넣을 만한 채소가 당근하고 양파뿐이어서 그것만 넣어서 만들었다.
이제 튀길 준비를 하고 튀김옷을 입힌 돼지등심을 튀기기 시작한다.
튀기고,
또 튀기고,
계속 튀긴다. 몇번을 튀겼는지 모르겠다.
옆에는 1차로 튀긴 돼지등심들이 쌓여간다. 먹기 전에 2차로 한번 더 튀겨서 접시에 올릴 거다.
기름이 빠진 것들은 옆의 팬에 옮겨 다 쌓아뒀다.
이것이 마지막 튀긴 것들. 이제 다 튀겼다. 휴우~
다 튀겨서 팬에 모두 옮겨 놓으니 양이 상당히 많다. 튀김집을 차린 것 같다.
1차 튀김을 다 마친 후 아이들을 불렀다. 2차 튀김은 식탁에 내놓기 바로 전에 튀길 거다.
아이들이 위층에서 내려오자마자 2차 튀김을 해서 큰 접시로 하나 만들었다. 아이들 넷에게 나눠 먹으라고 주었다.
아이들이 먹을 두 번째 접시용 2차 튀김 중이어서 바빠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은 못 봤다. 그런데 식탁 쪽에서 들리는 아이들 젓가락 소리가 엄청 빠르다. 서로 말도 안 한다.
맛있는 데다가 또 네 명이 먹으니까 서로 경쟁적으로 더 먹고 싶고. 그러다 보니 젓가락질이 다들 빠르다. 탕수육이 더 준비될 거라는 걸 알아도 우선은 먹고 봐야 한다. 장하다, 내 아이들!
두 번째 접시 완성. 이번에도 큰 접시로 한가득이다. 이것도 아이들 넷이 나눠 먹을 거다.
식탁을 보니 첫 번째 접시는 싹싹 비워있다. 싹싹 비워진 접시 옆에 두 번째 접시를 놓고 아이들이 원 없이 먹게 해 준다.
이번엔 아이들의 젓가락 소리가 아까보다는 덜 빠르다. 이젠 어느 정도 배가 채워졌는지 엄마에게 탕수육 칭찬도 열심히 보내준다.
엄마, 아주 맛있어요! 소스도 정말 맛있고요!
이런 말을 해주니 기분이 정말 좋다.
아이들 넷 모두 탕수육을 쌓아 올린 큰 접시로 2개를 먹이니 충분히 먹었다고 떨어져 나간다.
이제 남편과 내가 먹을 것만 크게 한 접시 준비해 먹으면 된다.
선물 받은 해리 & 데이빗 로열 크레스트 레드 (Harry & David Royal Crest Red)도 가져다 마셔본다. 이 와인이 내겐 강해서 그대로는 못 마신다. 모스카토 와인과 진저 에일 탄산음료를 함께 섞어 순하게 만들어 남편과 나눠 마셨다.
이것은 술인가 탄산음료인가?
와인이 들어갔으니까 약해도 어쨌거나 술이다.
난 부먹파도 찍먹파도 아니지만 굳이 따지면 찍먹파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요즘은 부먹도 좋다. 이번엔 부먹파가 되어본다. 폭신폭신 맛있다.
옆을 보니 남편도 부먹파가 되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간도 딱 적당하게 아주 잘 만들었다고 남편이 칭찬일색이다. 나도 잘 만든 것 안다. 뿌듯하고 으쓱하다.
내가 만든 거야!
아이들 넷과 남편과 나 모두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엄마표 탕수육을 먹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기분 좋아한다. 계속 탕수육을 튀긴 보람이 있어서 나도 너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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