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2014년 1월 2일 (거의 4년 전이네요)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연말/연초이고 해서 옮겨 다시 포스팅합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한국 1월 1일 오후 4시가 되어서야 2014년에 진입하는 애리조나 시간대에 있으면서 자정을 기다리는 중 심심해서 지금 어디 어디가 새해에 진입했나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국제 날짜 변경선(International Date Line)도 한번 둘러봤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네요.
국제 날짜 변경선은 아시다시피 태평양 한가운데 경도 180도를 기준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나 지역이 경도 180도 걸쳐있어 국제 날짜 변경선으로 갈라질 경우 한 나라 내에서 지역별로 하루라는 시간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럼 주민생활이 심각히 불편해지지요. 그래서 국제 날짜 변경선은 경도 180도 기준으로 동서로 약간의 조정이 있습니다.
참, 이 국제 날짜 변경선은 가상의 선입니다. 지구본이나 지도에는 있어도 실제 지구 위에는 당연히 선이 그어져 있지 않으니 직접 가서 확인하려 하지 마세요. ^^
그런데 남태평양 사모아 군도(Samoa Islands)에서는 동쪽 섬들과 서쪽 섬들의 시간차가 거의 하루가 납니다. 왜 이런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을까요?
사모아 군도는 2 지역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하나는 독립국 사모아(서쪽)이고 또 하나는 미국령 사모아(American Samoa)입니다. 독립국 사모아는 서쪽에 위치해서 서사모아(West Samoa)라고도 부르고, 미국령 사모아는 동쪽에 있어서 동사모아(East Samoa)라고도 부릅니다. 같은 사모아 군도에 있지만 국제 날짜 변경선이 동서로 나눠 2 지역을 가로질러 지나가기 때문에 거리상 가까운 거리지만 국제 시간상으로는 동서가 하루 차이가 납니다.
원래 사모아 군도는 한국 또는 일본보다 4시간 빠른 아시아 지역 날짜대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1892년 말리에토아 라우페파(Malietoa Laupepa) 왕이 미국 무역업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시간에 맞추기로 결정합니다. 이로써 사모아 군도는 미국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늦은 시간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대 변경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했기 때문에 1892년 사모아 군도에서는 7월 4일(월요일)이 두 번 있었다는 신역사가 쓰였답니다. 1892년 당시 공문서나 다른 모든 기록들은 7월 4일 월요일이 두 번 있을 겁니다. ^^
그런데 세월이 지나 사모아 군도가 호주나 뉴질랜드와 교역이 증대함에 따라 이 시간대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어요. 호주 및 뉴질랜드와 거리상으로 가까워 같은 해를 보고 있는 낮시간인데도 호주/뉴질랜드 쪽과 비교해 날짜상으로는 하루가 늦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기게 되고요. 특히나 사업하는 분들이 날짜 계산하는 것이나 비행 편과 배편 등이 정말 복잡해지지요.
날짜와 시간 계산이 젤루 어려워요~~ ㅠㅠ
그래서 1892년 날짜변경 후 119년이 지난 2011년, 다시 호주/뉴질랜드 날짜대와 근접하게 맞추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11년 12월 30일(금요일)이 독립국 사모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또 다른 신역사가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독립국 사모아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날짜대 변경을 모른 채 매일 일기를 썼다면 2011년 12월 30일 이후 날짜는 모두 틀린 게 됩니다. 독립국 사모아는 시간대를 변경했지만 미국령 사모아는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늦고 하와이보다는 1시간 늦은 기존 시간대로 지내기로 해 바꾸지 않았습니다.
2011년 이후 국제 날짜 변경선이 두 사모아 지역 사이를 지나가기 때문에, 원한다면 사모아 군도에서는 새해도 두 번 즐길 수 있겠어요. 우선 독립국 사모아에서 자정 새해파티를 신나게 즐긴 후 잠을 좀 잔 다음, 오후에 배나 비행기를 타고 슬슬 미국령 사모아로 건너갑니다. 그럼 몇 시간 후에 또 다른 새해가 기다리고 있겠지요.
과거, 현재, 미래로 왔다 갔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멋진 사모아 군도입니다. 그런데 생일을 이런 식으로 오고 가며 즐기면 2살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는...
물론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경계인 베링해(Bering Strait)나 알류샨 열도(Aleutian Islands) 같은 곳에서도 이틀에 걸쳐 새해를 두 번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월 1일 이곳의 추위는 대단하겠죠? 겨울이 아주 추운 곳이라 어디 파티할 데도 마땅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파티를 하더라도 겨울철 기상이 나빠 배나 비행기로 러시아에서 미국 쪽으로 가는 것도 힘들 거고요. 그리고 이 추위에 술 먹고 밖에서 헤롱헤롱 대다가는 얼어 죽기 딱입니다.
파티에 목숨 건 분들 중에서 이틀에 걸쳐 새해파티를 두 번 즐기고자 한다면 적도 바로 아래 따뜻한 사모아 군도에서 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봅니다.
'멋진 신세계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킹 시대 바이킹 영웅 또는 약탈자 수장 Ragnar(라그나르)와 Rollo(롤로) (14) | 2019.02.12 |
---|---|
영국 배우 미란다 하트에 관련해 살짝 덧붙이는 포클랜드 전쟁 이야기 (4) | 2018.01.23 |
할로윈(Halloween)의 유래 - 으스스 & 달콤한 명절 (8) | 2017.10.21 |
잊지 못할 감동의 맛과 향, 실란트로 (cilantro) (24) | 2017.07.09 |
[호주] 2. 연애는 아무나 하나? 호주여행 중 연애치였던 여자의 엉뚱한 경험 (10) | 2017.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