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블로그 이름: 달코미)를 보내고 난 후 난 흔히 말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 아니 아직도 겪고 있다.
그리움, 후회, 죄책감, 상실감, 슬픔 등 여러 감정이 섞여서 아주 힘든 며칠을 보냈다. '좀 더 많이 놀아줬어야 했는데. 뭘 더 해줬으면 좋았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오래 살았을까?' 이런 생각들로 괴로웠다.
루카스가 떠났던 날은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도 몸도 다 아프고 입맛이 없어서 음식을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에너지 드링크가 있어서 그걸 조금씩 마시고 빵 쪼가리 조금 먹으면서 칼로리를 섭취하는 정도. 게다가 루카스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런 상태가 사흘 정도 갔다. 음식을 거의 못 먹으니까 힘도 없고 살도 빠졌다. 약간 혼이 나간 듯해서 누가 뭘 말해도 집중을 못 하고 정신이 없었다. 기억력도 떨어졌다. 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였다. 이러다가는 내가 병이 나서 죽게 생겼다.
남편도 나도 잘 있다가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오곤 했다. 남편은 한번 정도, 나는 좀 많이 그랬다. 남편은 내가 걱정되어 눈물을 참는 듯 보였다. 둘 중 하나가 울면 서로가 위로하며 아픔을 나눴다.
하지만 울면 감정이 더 심해진다. 나중엔 이게 진짜 슬퍼서 우는 건지, 아님 '지금 내가 아주 슬퍼요' 하고 슬픔의 쇼를 하고 있는지도 구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선에서 끊어야 한다. 슬픔을 즐기는 것은 마음의 병이 될 수 있다.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나는 입양하기 전 루카스의 기록을 다시 찾아 읽었다.
루카스는 멕시코 국경에 가까운 애리조나 도시 유마 (Yuma)에서 6개월 새끼 고양이로 길거리에서 발견되었다. 몇 살 때인지 몰라도 한번 입양되었었는데 2살 때 전 집사가 이사를 이유로 동물보호소에 되돌려 보냈다. 기록을 보니 동물보호소에서 지내면서 잘 먹지도 않고 탈수증세도 있었다 한다. 버려진 것에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루카스는 유마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피닉스로 보내지고 우리를 만날 때까지 약 7개월 동안 동물보호소에서 새 가족을 기다렸다. 우리가 루카스를 만났을 땐 3살이 되었다.
입양을 위해 동물보호소에 갔을 때 여러 고양이들 중에 루카스만이 우리 아이들 손에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고 친밀함을 보였다. 나중에 루카스를 키우다 보니 이 아이는 꽤 수줍음이 많은 냥이였다. 그런데도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하게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다.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파양의 경험이 있는 루카스는 아마 버리지 않는 가족을 절대적으로 희망했을 거다. 나를 포함 적어도 한 사람은 집에 있었기 때문에 루카스는 혼자 남아 식구들을 기다린 적은 거의 없다. 거기에 집안의 막둥이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런 면에서 루카스는 소망하던 걸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점차 안정되었다.
루카스는 처음 우리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식구들이 외출하려고 문만 열면 근처에 있다가도 급하게 위층으로 도망갔었다. 그 아이에게 우리집과 가족은 너무 소중하고 좋은 거였다. 문을 통해 루카스를 데리고 나가 다른 곳에 보낼까 두려웠던 거다. 한번 파양이 된 경험이 있으니 당연하다.
그렇다고 루카스가 바깥세상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면 밖에서 나는 소리에 너무너무 관심이 많았다. 그럼 나는 창문 가까이에 의자를 하나를 두고 루카스가 앉아 새소리, 다른 바깥소리, 공기, 냄새를 즐길 수 있게 해 줬다. 이렇게 바깥세상이 궁금하고 좋아도 루카스는 마당이라도 절대 문 밖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직장과 학교로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첫째와 둘째에게도 루카스의 소식을 알렸다.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울음소리. 하지만 떠나는 모습을 옆에서 봤던 우리만큼 큰 아이들의 충격이 크진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후 큰 아이들과 통화할 때 나는 더 이상 루카스에 대해서 언급은 하지 않는다.
루카스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셋째와 넷째는 의외로 의연하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있었다. 루카스가 떠난 다음날, 난 입맛이 없어 먹지 않고 작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식사를 하는데 보통의 날처럼 재잘거리며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난 평범한 일상 같은 이 모습이 싫어서 조용히 내 방으로 갔다. 그런데 나도 안다. 아이들은 자기들 방식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걸.
슬픔을 대놓고 표현하지 않지만 작은 아이들도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다. 며칠 전에는 셋째가 초점 없는 눈빛으로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러고는 눈물 방울이 또르르. 넷째는 한주 내내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 공부도, 숙제를 하려 해도 집중이 안 되고 힘도 없어서 어렵다고 말한다. 아프지만 셋째와 넷째는 그 아픔을 이겨내고 스스로 치유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의연하게 행동하는 셋째와 넷째를 보면서,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 하고 또 가족이 있는데 더 이상 허우적대면 안 된다 생각했다. 지금은 음식도 적당히 먹기 시작하고 잠도 잘 자고, 모든 면에서 거의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다. 그래도 아직 가끔은 멍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 가족들은 루카스에 대한 주제는 일부러 꺼내지 않는다. 이제 루카스를 보낸 아픔은 내 마음속 안쪽에 고이 접어 넣었다. 그 아이와의 추억은 간직하되, 나는 계속 내 삶을 살아야 한다. 점차 마음의 안정화 상태로 접어든 듯 느낀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 할 것 같다. 고양이 수명이 보통 13-20년, 강아지 수명이 10-13년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부터 키우면 냥이나 댕댕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나 또한 노년의 인생을 살 때다. 그 나이에 내가 이런 이별의 아픔을 겪는다면 아마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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