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를 좋아하는데 손도 많이 가고 만두피까지 만드는 게 귀찮아서 거의 만들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만두가 먹고 싶으면 미국 일반 마켓에서도 파는 완탕피*를 이용해 만두를 빚어 본다.
* 완탕 (wonton, won ton, wantan, 훈툰 또는 완당). 얇은 밀가루 피에 고기와 야채를 섞은 속을 채워 주로 물만두나 만둣국 형태로 먹는 중국 만두의 일종.
완탕피는 정사각형 모양이라서 동그라미 모양의 만두피에 익숙하면 처음엔 당황스러운데 동글한 만두피나 만든 건 똑같다. 완탕피로 만든 만두도 이쁘게 잘 나온다.
완탕피로 만들긴 하지만 난 만두라고 여기며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하 만두라고 부르겠다.
만두소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양배추, 양파, 당근, 세라노 고추, 두부, 달걀, 그리고 저번에 반 쓰고 남겨뒀던 간 소고기 1.5 파운드 (680g) 정도 넣었다. 만두소로 돼지고기 넣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간 돼지고기는 넣지 않는다.
막둥 넷째도 함께 만두를 빚고 싶다고 해서 둘이 앉아서 빚었다. 한 1년 이상 안 만들었더니 모양 잡는 걸 까먹었다. 두어 개 만들다 보니 다시 손가락들이 만두의 기억을 떠올린다. (만두의 추억...)
위의 팬에 만두가 가득 채워졌을 때 남편에게 튀겨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이 또 만두를 상당히 잘 튀긴다. 한 번에 12개 정도 튀겨서 아이들 셋이랑 다 함께 나눠 먹었다. 아주 맛있다.
맛이 좋으니까 내가 만들어 놓고도 아주 흐뭇하다.
난 나중에 물만두 또는 만둣국으로 먹을 예정이라 튀긴 만두는 2개 먹고 그만 먹었다. 배를 비워둬야 한다. 남편은 만두를 튀기고, 나는 계속 만두를 빚고.
아이들에게 튀긴 만두를 먹였더니 기름기로 얼마 안 가서 배가 부르다고 한다. 이제 남은 만두는 다 내 것이 될 확률이 크다.
신. 난. 다!!!
만두를 계속 빚으니까 지겨워서 나중엔 편수* 모양으로도 만들어 보고 약간의 변화도 줘본다.
* 편수는 개성판 만두 버전. 여름에 주로 먹는다고 한다.
만둣국으로도 만들어 봤다. 만두로 가득 차 있는 진정 만둣국이다. 아이들은 이미 튀긴 만두를 많이 먹어서 만둣국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만 여유롭게 즐기면 된다.
만두 속도 꽉 찼다.
만둣국을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해서 몸과 마음 모두 여유가 넘친다. 이제야 남편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이 만두소 남은 걸로 햄버거 패티 형태로 구워달라고 한다. 기분 좋게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줬다. 아주 맛있어한다.
남편이 먹어보더니 한국에서 어릴 때 먹어봤던 한국식 햄버거 같은 맛이라고 한다. 나도 한입 먹어봤는데 진짜 그렇다.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잘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다.)
이렇게 잘 먹고도 만두는 남았다. 남은 만두는 냉동실에 보관해서 나중에 내가 혼자 잘 먹을 거다. 만두가 일도 많고 시간도 좀 걸리는 음식이지만 한번 만들면 몇 끼를 맛있게 즐길 수 있어서 아주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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