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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책 한권

"State of Fear" by Michael Crichton 마이클 크라이튼

"State of Fear"는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의 작품 중 "The Andromeda Strain"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소설입니다. 전에 읽은 "The Andromeda Strain"은 1969년 출판되었고, "State of Fear"는 2004년 출판되었으니까 두 소설의 출판 시기가 딱 35년 차이가 나요. 그래서 문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확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State란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있기 때문에 "State of Fear"를 한국어로는 두가지로 번역할 수 있을 거예요. 하나는 state를 상태로 이해해서 "공포의 상태", 또 하나는 state를 국가로 이해해서 "공포의 국가" 이렇게요. 따라서 이 소설의 제목은 공포의 상태와 공포의 국가, 이 두 의미 모두 중의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소설은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데이터나 자료는 실제의 것을 인용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 소설을 통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비판했어요. 이 때문에 공격을 많이 당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구 온난화는 요즘 기후 변화(climate change)란 새로운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구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 되었지만 이 소설이 발표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화 되지 않은 이유를 알겠어요. 할리웃과는 코드가 맞지 않거든요.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중요 핵심은 정치-법조계-미디어가 공조해 공포 생산 퍼뜨리면서 공포 상태를 통해 대중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지구 온난화도 그 공포의 상태를 유지를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보는 거죠. 작가는 소설에서 호프만 교수(Professor Hoffman)의 말을 통해 현재 벌어지는 세계적 현상을 비판합니다.

 

호프만 교수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서방국가의 시민들은 세계가 군사산업의 지배하에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체계가 종식된 후 전보다 더 강력하며 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합체들이 지배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정치-법조계-미디어 복합체(the politico-legal-media complex)다.

정치인들은 공포로 대중들을 통제하고, 법조계에서는 위험이 있어야 소송거리도 생기고 돈도 벌게 된다. 미디어는 공포를 주는 이야기들이 있어야 시청자들을 잡을 수 있다.

이 세 그룹의 복합체는 끊임없는 공포를 만들어내며 대중을 조정한다. 대학은 그 공포를 만들어 주는 공장이다. 지원 받는 연구기금으로 기금 지원자가 원하는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내며 이 공포의 상태를 유지하는데 조력한다.

 

 

워낙 논란이 강한 소재를 다룬 탓인지 소설이 끝난 후 마이클 크라이튼은 "작가의 메시지(Author's Message)""부록 I: 왜 정치화 된 과학이 위험한가(Appendix I: Why Politicized Science Is Dangerou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부록 I: 왜 정치화 된 과학이 위험한가"에서 정치화 된 과학을 경고하며 과학이 정치와 결합되면 과학 자체가 사이비화 되어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사이비화 된 과학의 예로 우생학(eugenics)리센코주의(Lysenkoism)를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실을 살짝 덧붙이면서 작가의 말을 정리하자면,

 

지난 20세기 초 우생학(eugenics)은 미국 대통령인 테오도어 루즈벨트, 우드로 윌슨,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 미국 대법관들, 전화기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햄 벨, 사회운동가, 식물학자, 스탠포드 대학 설립자, 작가 H. G. 웰스, 극작가 버나드 쇼, 노벨상 수상자들 등등 미국과 영국의 정치, 문화, 사회, 과학계의 저명인사들이 지지를 했었다. 그리고 유명 대학들인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 존 합킨스 등은 카네기(Carnegie) 재단과 락커펠러(Rockefeller) 재단의 자금지원으로 관련 연구를 하며 특정 인종 및 민족이 훨씬 더 우수하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미국과 영국의 "소위" 지성인들을 중심으로 적극적 지지를 받았던 우생학은 락커펠러 재단의 재정적 지원으로 독일에서도 아주 잘 발전하게 된다. 독일에 대한 락커펠러 재단의 지원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바로 전까지 계속 되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생학이 틀림없는 이론인 양 변질되게 된다. 나치 독일에서 정신적 장애인으로 분류된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사회에서 원하지 않는 자들로 분류된 유태인과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 약 1천1백만 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가 강제 수용소에 격리되고 죽게 된 홀로코스트로 발전한다.

 

우생학과 다른 양상으로 예는 리센코주의이다. 1920~1960년대 소련에서는 유전학에 반대를 한 프로핌 리센코(Trofim Lysenko)란 생물학자가 자신의 이론을 정치적으로 연결시켰다. 리센코는 비료나 미네럴 등이 없어도 땅을 비옥하게 만들 수 있고, 춘화처리(vernalization)로 소련의 곡물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춘화처리는 추위와 습기에 노출된 씨앗이 일찍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인데, 리센코는 그 씨앗의 유전적 형질도 변해 자손에 유전된다고 주장한다. 리센코는 자신에 반대하는 3천명 이상의 생물학자들을 쫓아내든지, 수용소에 보내든지, 사형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숙청했다. 여기에는 리센코에 대한 스탈린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고, 소련 미디어는 가난한 농민출신 영웅이 혁명적인 방법을 개발했다며 리센코에 하트 뿅뿅 보도를 계속 내보냈었다.

 

리센코의 주장은 농업에 적용되었고 의문을 제기할 만한 학자들은 숙청되었기 때문에 소련의 농업은 약화되고 흉작이 들어 식량생산량도 뚝 떨어지게 된다. 결국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굶주림에 죽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리센코이즘의 영향은 소련의 신경생리학(neurophysiology), 세포 생물학(cell biology) 등 다른 생물 관련 학문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저는 "State of Fear"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혹시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 보세요. 저번 중고서적에서 득템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State of Fear"와 "Prey" 두권 중 "State of Fear"를 지난주에 끝내서 지금은 "Prey"를 읽고 있습니다. "Prey"는 나노기술(nanotechnology)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또 다른 마이클 크라이튼의 흥미진진한 세계에 빠져 들어 있습니다.

 

 

* "State of Fear"의 한국어판이 있는지 찾아 보니 "공포의 제국"으로 번역되어 1, 2권으로 나눠 출판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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