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남편은 어떤 음식이 당기면 질릴 만큼 먹을 때가 있어요. 그럼 한동안, 6개월 넘게 "진짜" 한동안 그 음식은 먹고 싶어 하지 않구요. 남편에게 이번에도 당기는 음식이 떠올랐답니다. 그것은 바로 순대. 한인마켓에 갔을 때 오랜만에 순대를 질릴 만큼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남편에게 있어 순대는 진짜 어쩌다 한번 먹고 싶다고 하는 건데 먹고 싶으면 먹어야죠.
그런데 애리놀다의 남편님께서 먹고 싶은 건 질릴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키기 위해 3봉지나 산다네요. 아니?!?!?! 너무 많은 것 같아서 2봉지만 사자고 했죠. 그랬더니 아이들도 다들 먹는다고 할 게 분명하다며 2봉지는 안 된다네요. 흐흐흑~ 그러면서 내게 발산하는 삐짐 분위기. 어쩌겠어요. 먹고 싶다고 이리 조르는데. 넓고 넓은 태평양 같은 마음을 가진 애리놀다가 받아줘야죠. 남편 뜻대로 3봉지 사왔어요.
미국 피닉스 근교 한인마켓인 아시아나 마켓(Asiana Market)에서 파는 "서울순대"는 LA에서 만든 것인데 중량은 1봉지에 1.5 파운드(680g)이고 가격은 보통 $9.99(12,000원)입니다. 3봉지 샀으니까 순대에만 $29.97(36,000원)을 쓴 셈이예요. 다 조리되어 있는 제품이지만 꽝꽝 얼려있는 냉동제품이라서 먹기 전에 데우기만 하면 되구요. 데우는 방법은 뒷면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포장 앞면에는 순대라고 한글과 알파벳으로 써 있고, 영어로는 Korean Brand Link, 불어로는 Boudin De Corée라고 써 있어요. 불어 Boudin De Corée는 "한국의 부댕"이란 뜻이예요. Boudin은 부댕 비슷하게 발음하는 걸로 아는데 프랑스식 순대로 보면 되구요. LA에서 만든 서울순대의 내용물은 당면, 소의 피*, 돼지코와 돼지 부산물을 넣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순대에 보통 돼지피를 넣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LA에서 만든 것은 소의 피를 넣었다고 되어 있네요.
(* 돼지의 피는 돼지피라고 보통 부르니까, 소의 피는 소피. 뭐 이래야 균형에 맞는 것 같은데 소피라고 하면 어감이 영~~~ 그래서 소의 피라고 표기했습니다.)
포장을 열면 1봉지에 순대 4개가 2개씩 나눠져 진공포장 되어 있습니다. 3봉지 사왔으니까 총 12개의 순대를 사 온 셈이예요.
맛소금도 안에 들어 있구요. 따라서 1 봉지에 들어 있는 총 구성은 순대 4개 (2개씩 포장) + 맛소금입니다.
식구가 많아서 1 봉지 + 1/2 봉지 = 순대 6개를 우선 1차로 데웁니다.
이것은 다 데워진 모습이구요.
순대를 비닐에서 꺼내 썰었어요.
그리고 소금도 가지고 왔구요. 사진에서 왼쪽은 포장 안에 들어 있는 맛소금이고, 오른쪽은 집에서 만든 소금 믹스입니다. 소금 맛은 집에서 만든 소금 믹스가 더 낫습니다.
자~ 이제 둘러앉아 순대를 먹어 봅니다.
좋아하는 와인도 살짝 걸쳐주고...
모양은 한국의 길거리 노점이나 분식점 순대 비슷한데 소의 피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더 촉촉합니다. 맛은 애리놀다의 순대입맛이 노점/분식점 순대에 가까워서 아주 맛있다 이런 건 아니구요. 하지만 노점/분식점 순대보다 약간 고급진 그런 맛이긴 해요. 한국에서 순대 전문점 순대를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문점의 순대와는 비교를 하긴 어렵구요.
서울순대 말고도 LA에서 만든 다른 제조사의 순대가 두어가지 더 있어요. 그런데 울집 입맛으로는 서울순대가 제일 맛있더군요. 다른 순대를 먹어봤는데 맛도 좀 덜 한 것 같고 당면이 덜 불려졌는지 좀 딱딱했었어요. 해당 제품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먹어 본 그 이후로 그 순대에는 더이상 손이 가지지 않더군요.
울집이 사온 순대 3 봉지 (총 12개) 모두 하루에 다 먹었을까요? 다는 아니고 거의 다 먹었어요. 울집 식구가 여섯이니까요. 아이들은 1차로 데운 위 첫 접시를 함께 먹고 충분하다고 떨어져 나가고, 남편이랑 애리놀다는 나머지 1 봉지 + 1/2 봉지 (총 6개)을 2차로 데워 또 함께 먹었어요. 순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남편이 먹으니까 함께 친구해주면서 먹은 거죠.
그런데 나중에는 순대흡입 한계를 한참 지나서 중간에 그만 먹었어요. 순대 비린내를 느낄 정도로 먹은 셈이거든요. 남편은 애리놀다보다 조금 더 먹다가 약간 남겼구요. 남은 건 다음날 남편이 다 먹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진짜 질릴 때까지 먹었어요. 남편도, 애리놀다도, 아이들도 한동안 순대 생각은 진짜루~ 없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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