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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워싱턴 (State)

[워싱턴] 미국 워싱턴 주에도 밴쿠버가 있어요.

밴쿠버 (Vancouver)란 도시명이 참 익숙하죠? 밴쿠버란 도시명을 들으면 2010년 2월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의 도시가 떠오를 거예요.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꽤 좋은 성적을 냈었고요. 게다가 한국계 캐나다 교포나 유학생들도 밴쿠버에 많이들 살고 있기에 여러모로 친근한 도시 명일 겁니다.

 

그래서 밴쿠버라고 하면 보통 미국 국경에 근접한 캐나다 BC (British Columbia)의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도시가 딱 떠오르게 됩니다. 애리놀다도 예전에 한국 살 때 그랬어요.

 

그런데 미국 워싱턴 주에도 밴쿠버 (Vancouver)가 있어요! 워싱턴 주에 살면서 주에서 가장 큰 도시 시애틀 (Seattle) 외에 이 도시명 때문에 밴쿠버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미국 워싱턴 주 밴쿠버 (사진 작가: Drown Soda at Wikipedia)

 

워싱턴 주 밴쿠버는 주의 남쪽 끝자락 오레건 주와 경계를 마주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 밴쿠버도 아주 작은 도시는 아니에요. 주 경계인 컬럼비아 강 (Columbia River)을 사이로 강 남쪽에는 오레건 주 최대의 도시 포트랜드 (Portland)가 있고 강 북쪽에는 워싱턴 주의 밴쿠버가 위치해 있습니다.

 

미국이 워낙 큰 땅덩어리고 게다가 캐나다도 비슷하게 크니까 똑같은 도시명이 있어도 별 문제없다고 많이들 생각할 거예요. 그렇죠. 그런데 미국 워싱턴 주와 캐나다의 BC는 서로가 미국과 캐나다 국경 지역이에요. 그래서 미국 워싱턴 주의 밴쿠버랑 캐나다 BC의 밴쿠버가 서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 거리 관념 기준)

 

게다가 워싱턴 주의 경우에는 동일 인터스테이트 (Interstate, 미국 고속도로) I-5가 두 밴쿠버와 만나요. I-5는 저 아래 캘리포니아 주 샌 디에고 (San Diego)에서 시작해 오레건 주를 지나 북서부 최북단인 워싱턴 주까지 올라가서 캐나다와의 국경까지 연결됩니다.

 

이 I-5는 워싱턴 주 맨 남쪽 밴쿠버도 지나가는데 I-5가 워싱턴 주 북쪽을 지나 캐나다 국경을 넘으면 캐나다 BC의 또 다른 밴쿠버에서 끝나게 되고요. (캐나다 쪽에서는 I-5와 연결되는 도로를 BC-99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결국 워싱턴 주의 경우에는 I-5가 시작되는 워싱턴 주의 첫 도시가 밴쿠버이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서 I-5가 끝난 후 곧 만나게 되는 도시가 바로 캐나다 BC의 밴쿠버라는 것이지요. 재밌게도 시애틀은 두 밴쿠버 중간쯤에 위치해 남쪽으로 3시간 정도 운전해 내려가도 밴쿠버요, 북쪽으로 3시간 정도 운전해 올라가도 밴쿠버입니다.

 

 

워싱턴 주에 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두 밴쿠버가 혼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타지 방문자들이 혼동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I-5 교통표지판을 보면 북쪽 방향에는 Vancouver, BC (캐나다 BC의 밴쿠버)라고 BC를 표시해 두고, 남쪽 방향에는 워싱턴 주의 밴쿠버 대신에 컬럼비아 강 건너 오레건 주에 있는 도시 Portland (포트랜드)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며 운전하니까 방문자라도 전혀 문제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혹시나 시애틀에 관광을 와서 워싱턴 주의 밴쿠버로 내려간다고 열심히 3시간여를 운전했는데 뜬금없이 캐나다 국경 검문소를 만나는 황당한 경험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두 밴쿠버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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