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의 여름방학이 끝나 아이들의 학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둘째도 밴더빌트 대학이 있는 테네시의 Nashville (내쉬빌)로 돌아갔다. 재학생들은 8월 18일 일요일에 기숙사로 입소하는 걸로 학교 스케줄이 짜여있다. 재학생이라도 토요일에 있는 신입생의 기숙사 입소에서 짐을 날라주고 도와주는 무빙 크루 봉사를 하는 학생들은 목요일-금요일 사이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둘째가 2학년이 되었고 무빙 크루로 봉사하는 것도 다 학교 생활의 재미 중 하나라서 목요일까지 내쉬빌로 돌아가는 걸로 일정을 잡아놨다. 항공편이 마땅하지 않아서 수요일 밤 10시 출발 비행기로 4시간 타고 노스 캐롤라이나 Charlotte (샬럿)까지 가서 목요일 아침에 내쉬빌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일정으로 항공표를 구입했다. 샬럿에서 내쉬빌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비행이다.
수요일 저녁에 공항에서 둘째를 배웅하고 나중에 비행기 탑승 중이라는 연락받은 후 안심하며 쉬고 있었다. 둘째가 샬럿에 도착한 후 텍스트 보낸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10시 40분 즈음에 뜬금없는 텍스트가 도착했다.
비행기에 문제가 발견되어서 출발 못하고
아직도 피닉스에 있어요.
예정대로라면 지금 뉴멕시코 상공을 날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뭔 일???
당황스러워서 해당 항공편의 상황을 찾아보니 10시 50분 출발 예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비행기가 지연되면 샬롯에서 갈아타는 다른 항공편이 문제라서 걱정이 되었는데 한 50분 정도 지연이라면 갈아타는데 여전히 여유가 있다. 아이에게는 다음 비행기를 못 탈 정도로 늦어지면 새 비행기표를 사줄 테니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계속 항공편 상황을 확인했다.
10시 50분이 가까이 되니까 이젠 11시 30분으로 늦춰졌다고 안내된다. 원래대로라면 샬롯에서 다음 비행기 갈아타기까지 2시간 여유가 있었는데 이젠 너무 타이트하다.
나는 점점 조바심이 났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샬롯에서 내쉬빌까지의 다음 항공편을 찾아 여차하면 구입하려고 스탠바이 상태에 들어갔다.
아이에게는 갈아탈 항공편 때문에 샬롯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승객보다 일찍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도록 승무원에게 미리 부탁하라고 연락했다. 그랬더니 지금 승객들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기체 문제가 시간 안에 고쳐질 것 같지 않아서 아예 다른 비행기로 바꿔 출발한다고 전한다. 이젠 다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샬럿에 제시간 안에 도착하는 건 완전히 그른 거다.
다행인 건 둘째가 게이트의 스태프에게 갈아탈 다음 비행기를 놓치게 되었다고 말했더니 내쉬빌로 가는 다음 항공편의 보딩 패스를 다시 끊어줬다는 거다. 갈아타는 비행기를 동일한 항공사로 예약했더니 나름 좋은 점은 있었다.
새 비행기가 바로 옆 게이트에 도착해 승객들 모두 탑승하고 짐도 다시 옮겨 싣느라고 1시간 이상 또 지나갔다. 결국 둘째의 비행기는 3시간이나 지연된 새벽 1시에야 피닉스를 출발할 수 있었다. (피닉스에서 샬럿까지 4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비행인데 이미 3시간 지연. ㅠㅠ)
나는 나대로 둘째가 걱정이 되어서 잠을 거의 못 잤다. 하지만 비행기 이상이 출발하기 전에 발견되어 둘째가 그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게 진짜 다행이다 싶다. 3시간 지연이지만 교체된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간 것에 대해 정말이지 아주 다행스럽고 너무나 감사한다.
둘째는 힘들었던 밤비행을 마치고 내쉬빌에 도착해 이틀 정도 잘 쉬고 토요일에 신입생들의 기숙사 입소를 도와주는 무빙 크루로 열심히 일했다고 재밌어한다. 재학생들 여럿이 함께 하는 거라 재미는 있었는데 신입생 이사 짐 외에도 나중에는 여러 다른 짐들도 옮기게 돼서 힘들기도 했다는 후담이다.
신입생 기숙사 입소 도우미인 무빙 크루는 2학년 시작할 때 한번 해보고 지나가면 좋을 그런 경험이라는 게 아이의 의견이다. 다 이런 게 추억이고 밴더빌트 대학 2학년생들이 즐기는 대학 생활의 재미다. 아마도 3학년 재학생들부터는 무빙 크루를 거의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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