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4월 19일 다른 블로그를 운영할 때 올린 것을 재 포스팅합니다.
살아생전 애니메이션 보다가 엄청나게 울어보기는 또 처음입니다. 사람들이 이 애니가 정말 감동적이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하길래 보기 시작했는데 클라나드 시리즈 정말 감동의 바다네요. 아이들 다 재우고 남편이랑 둘이 조용할 때 보면서 늘 눈이 퉁퉁 부어 아침에 약간 고생을 합니다. ㅠㅠ
클라나드의 처음 한 10회 정도까지는 감동적이라기보다 코믹합니다. 어떤 장면은 배가 아플 정도로 웃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웃다가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감동의 눈물이 설마 이 웃다가 흘리는 눈물인가 싶어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감동의 바다는 후코의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이 후코의 이야기는 자매 간의 깊은 사랑을 그린 것으로 얼마나 가슴을 짠하게 하는지 엄청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천재소녀 코토미 이야기에서는 격한 감정의 바다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코토미 부모의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고 또 세상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그 어떤 이론이 담긴 논문보다도 딸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던 부모의 그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아름다웠는지... 그게 바로 사랑이고 코토미 부모가 늘 연구했던 이 우주의 참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딸에게 전해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코토미 부모가 서류가방 안에 짧은 편지를 넣고 그 봉투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Please take it to our daughter." 부탁한 것을 봤을 때는 정말 짠하더군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부모의 부탁대로 이 서류가방은 세계 여러 지역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결국엔 일본으로 와서 코토미 손에 전달되게 됩니다.
부모가 서류가방 안에 넣었던 짧은 편지 내용도 정말 기가 막힙니다. 결국 그 편지가 코토미 부모가 연구해 왔고 우주와 세상에 대해 두껍게 썼던 논문의 가장 핵심이었어요. 영어판에서 들을 대로 그대로 적어보면,
To Kotomi,
Even if your life is full of tears and sorrow,
this world is still a beautiful place.
코토미에게,
비록 네 인생이 눈물과 슬픔으로 가득 찰지라도,
이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곳이란다.
이 내용이 나오는 영어판 14회의 부제목이 "Theory of Everything"이던데 그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저는 부모가 코토미에게 남긴 편지에 왜 눈물과 슬픔이란 단어를 썼을까 했는데 이 편지를 썼던 순간을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됩니다. 이 14회를 보고 너무 울어서 정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정말 클라나드는 대단한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의 후반에서는 몸 약한 나기사가 연극의 꿈을 이뤄가는 걸 그립니다. 여기서 또 절절한 부모의 사랑이 보입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던 세상이 완전히 변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세상의 중심은 이제 나 또는 그전에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 자식으로 바뀝니다. 특히 갓 태어난 인간의 아가는 부모 또는 다른 사람이 돌봐주고 먹이지 않으면 혼자서 생존할 수 없어요.
아이는 부모에게 태어나게 해 달라고 조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든 남자와 여자가 서로 합의 하에 관계를 맺는다면 그 자체로 두 사람은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선택에 합의한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생기면 부모가 될 사람들은 그 선택과 아이의 생명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책임에 자신이 없으면 아예 결혼을 하지 않든지 미리 알아서 남녀관계를 조심해야겠죠.
나기사 아빠가 말했듯이 이 세상에는 자기 꿈과 가족을 모두 다 잘 건사하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부모는 아이를 선택해야 될 겁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게 부모니까요.
교과서적 이야기 같지만 아이 키우면서 잠 못 자고 몸 피곤하고 힘들었던 것들은 아이가 절대적인 사랑을 보여 주면서 방긋 웃거나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을 때 다 보답되었다고 봐요. 아마도 부모와 자식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기사 아빠 말 대로 부모의 꿈은 아이가 스스로의 꿈을 이루는 걸 보는 것이겠지요. 클라나드를 보면서 나기사 부모의 부모관과 남편 및 제 부모관이 너무 비슷해서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일본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이나 가족을 희생하라는 분위기가 강해서 이런 소재의 작품이 나올 수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쩜 이렇게 가족의 근본과 사랑에 대해서 시처럼 아름답게 묘사했는지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클라나드의 후편 "클라나드 애프터 스토리 (CLANNAD After Story)"도 나왔던데 일부 관련 글을 읽어보니 좀 슬픈 결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편 보기가 두려워져요.
클라나드의 삽입곡들도 좋습니다.
노래도 좋고 내용도 좋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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