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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TV

정조와 의빈 성씨의 애틋한 사랑 "옷소매 붉은 끝동"

퓨전 사극이 처음에는 좀 신선하다 싶었는데 이젠 좀 많이 나오는 듯해서 관심이 덜 하다. 정통 사극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통 사극은 아무래도 고증 문제도 있고 예산 문제도 있어 쉽게 제작하긴 어려울 거다. 정통 사극은 스토리 전개나 연기자 수, 그리고 그래픽이 조금만 부실해도 쉽게 단점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은 어느 정도 솔직한 사관으로 역사를 바라본 정통 사극으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요즘 시청하고 있는 MBC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완전 정통 사극은 아니지만 그래도 퓨전은 아니어서 만족스럽다. 조선 왕가의 사랑 중에서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도 참 애틋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한국 잘 만들어진 사극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과 이야기 전개가 잘 어울려져 있다. 일부 에피소드는 살짝 억지스러워 전개 자체가 약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준호, 이세영, 이덕화, 장희진 등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하다.

 

특히 치매에 걸린 영조가 세손을 사도세자와 혼동하는 장면에서 "아비가 아니옵니다!"라고 읍소하는 세손의 장면은 대단히 좋았다. 그리고 정순왕후가 악녀의 화신으로 그려지지 않는 모습도 실제 역사와 가깝다고 여겨 맘에 든다.

 

홍덕로 (홍국영) 역으로 출연한 강훈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첨 봤다. 그런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감탄했다. 처음엔 얼굴 잘 생기고 고운 배우로만 여겨 연기력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간대를 두면서 점점 과한 욕심으로 지나친 권력욕을 보이는 홍덕로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했다. 순하고 달콤해 보이는 얼굴이 금방 사이코패스 같이 변해서 연기력에 깜짝 놀랐다.

 

 

세손 시절의 정조와 후에 의빈이 될 성가 덕임의 사랑이 무르익는 걸 관전하는 것도 재미다. 실제 역사에서는 덕임이가 2번인가 3번인가 정조의 승은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한낱 궁녀가 세손 또는 왕의 승은을 거절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왜 거절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덕임이가 정조가 세손 때 승은 요청을 거부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조가 왕위에 오른 후에도 덕임이가 승은 요청을 거부한 것은 덕임이가 회임을 못하는 중전과 상당히 우애가 좋아서라고도 하고, 또는 궁중의 권력다툼에 끼어들기 싫어서라고도 읽었다. 어떤 이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관점처럼 그저 전문직 궁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 같다.

 

혜경궁 홍씨 밑에서 자라 정조의 여동생들과도 친하게 지냈던 덕임이니까 정조를 어릴 때부터 상당히 잘 알았을 것 같은데 거절을 했다면, 덕임이는 정조를 아예 맘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도... (불쌍한 정조. 아니, 결국 덕임이가 후궁이 되니까 진짜 불쌍한 사람은 덕임인건가?)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새로 후궁으로 들어온 화빈이 덕임이를 질투해서 아주 호되게 구는 걸로 나온다. 화빈에게 회초리도 맞고 한겨울 그것도 추운 밤에 이불빨래까지 한다. 이런 고생 때문이라고 봐야 하나, 암튼 덕임이는 이 사건들 이후 정조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누가 그러더라. 엄동설한에 이불빨래 한번 하더니 덕임이가 정신 차렸다고.

 

실제 역사에서도 정조는 덕임이를 후궁으로 맞이하는 데 성공한다. 약간 쪼잔하게 덕임이 시중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방법을 쓰지만. 둘이 인연을 맺었으니 아이 낳고 잘 살면 좋은데, 의빈 성씨를 통해 얻은 첫 세자와 아이들은 태어났어도 모두 일찍 죽고 의빈도 마지막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그것도 만삭인 상태에서 세상을 뜬다.

 

역사가 이미 스포일러라서 정조와 의빈 성씨가 어찌 될지 다 알지만 안타깝다. 의빈 성씨의 아들 문효세자가 홍역으로 5살에 죽지 않고 장성해 정조에게 제왕 교육을 제대로 받고 왕위를 이었다면 조선 말기가 좀 달랐을까 싶기도 하고.

 

 

"옷소매 붉은 끝동"을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와 이곳에서 자란 남편과 함께 보면서 내가 남편에게도 역사공부 잘 시켜주고 있다. 예전부터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들을 혼자서 읽고 공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남편이지만, 드라마를 보면 더 재밌게 시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종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전 및 후궁들이 얽힌 정권다툼, 아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숙종, 영조의 출생, 경종의 급사, 영조와 정조 시대의 당파 및 탕평책,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 등등 드라마를 보면서 열심히 설명해주니까 남편의 한국사 공부가 일취월장하는 게 보인다.

 

한국의 사극은 이래서 중요하다. 한국 역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젠 외국인들에게까지도)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국뽕으로 가득 찬 사극도 좋지 않고, 자신의 역사를 사대적인 관점에서 비하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거기에 아름다운 영상미와 스토리 전개가 받쳐 준다면 외국인도 한국 역사에 아주 큰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믿는다.

 

16회와 마지막 17회 2편이 이번 주에 방송되어 끝난다고 하던데 나의 Viki 패스는 아쉽게도 12월 27일로 끝났다. 내가 사는 미국에서는 viki.com으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시청할 수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 하나 결말 보려고 재가입하긴 그래서 보고 싶은 한국 드라마가 더 생기면 모았다가 그때 함께 보려고 한다.

 

* 이미지 출처: MBC

 

 

"옷소매 붉은 끝동" 마지막 16회와 17회를 보고나서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12월 27일에 끝났던 Viki 패스에 다시 가입해 "옷소매 붉은 끝동"의 결말 16회와 17회를 지난 주말에 보았다. 좀 기다렸다가 보고 싶은 한국 드라마 몇 가지 모아진 다음에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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