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야자가 맛있다 하니 대추야자에 대해 재미삼아 아주 조금 더 알아봤다.
- 멋진 신세계/기타 등등
- 2025. 11. 17. 03:58
셋째가 애리조나 주립대 (Arizona State University, ASU) 홈커밍 축제에서 대추야자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칭찬일색이다.



셋째가 먹은 대추야자는 ASU 폴리테크닉과 템피 캠퍼스의 대추야자나무에서 수확한 거다. 무료로 나눠줘서 먹어봤는데 너무너무 달고 맛있다고 내게 전한다. 같이 시식하던 사람들도 맛있다는 칭찬의 연속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추야자와 한국의 대추는 이름에 둘 다 대추지만 전혀 속성이 다르다. 대추 비슷하게 생겨서 이 과일을 대추야자라고 부르는 거다. 한국에서 살 때도 말린 대추를 거의 안 먹어서 대추야자도 아직까지 안 먹어봤다. 게다가 난 말린 과일을 원래 그다지 안 좋아한다. 그런데 셋째가 대추야자가 아주 맛있다고 하니 먹고 싶어 졌다. 난 정말 쉽게 설득이 된다.
대추야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이런 호기심으로 자료를 찾고 포스팅을 쓰면 새로운 지식을 넓힐 수 있어 내겐 긍정적이다.
대추야자열매는 이렇게 대추야자에 주렁주렁 매달려 자란다.


"다 이루어질 지니"에서도 대추야자가 나온다. 가영이의 전생이었던 고려 소녀가 잡혀와 살았던 아라비아 어느 곳에서 생계를 위해 팔던 과일이 대추야자였다.
대추야자는 영어로 date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date라고 하면 대부분 대추야자를 뜻한다. 그런데 한국 대추도 영어로 date다. 그래서 대추야자임을 확실히 하고 싶을 때는 date pal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사는 피닉스와 피닉스 근교는 중동과 비슷한 기후대의 사막이다. 비슷한 기후대니 대추야자도 주변에 흔한 나무 중 하나로 잘 자란다. 대추야자나무가 많으니 우리 동네에서 질 좋은 대추야자가 생산되는 것은 당연하겠다.



대추야자의 학명을 살펴보니 Phoenix dactylifera다. 대추야자가 Phoenix 속 (屬, genus)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에 들어간 Phoenix는 고대 해상세력 페니키아 (Phoenicia)에서 온 걸 것으로 본다.
Dactylifera는 대추가 달린 뜻의 라틴어에서 왔다. 그리스어 daktylos (대추, 원래는 손가락)가 라틴어에 전해져 dactylus가 되고 이게 학명으로 남은 것이고, 영어로 date로 현재까지 그 이름이 남아 있다. 그리스인들이 왜 손가락이라 불렀는지는 대추야자열매 모양을 보면 추측할만하다.
대추야자열매는 고대부터 이집트, 페르시아, 아라비아, 인더스 밸리 등에서 먹고 재배해 온 작물이다. 원산지는 대추야자가 재배된 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다. 페르시아만 근처 어딘가 또는 메소포타미아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과 이집트 나일강을 어우르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원산지라 여겨진다.
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등지의 기원전 5,000-6,000년경 유적지에서 대추야자가 발견되고 있다. 아라비아 동부에서 재배를 시작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기원전 5,530-5,32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7,000년경 파키스탄 서부에서도 대추야자 재배의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된다고 한다. 재배 시기는 점점 더 고대로 올라가고 지역도 파키스탄 등 여러 지역에 퍼져 있어서 계속 업데이트될 것 같다.
원산지가 확실하지 않고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지역에서 재배를 했는데도 꼭 집어서 "Phoenix" dactylifera라 학명이 지어진 걸 보면 고대부터 대추야자를 Phoenix 대추 (페니키아 대추)라 불렀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자체로도 고대 페니키아인들의 상업과 교역 능력이 탁월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이 학명은 당연히 내가 사는 애리조나의 피닉스 (Phoenix)에서 유래한 것도 아니고 관련도 없다. 하지만 Phoenix dactylifera란 이름 하나로 나는 대추야자에 급친밀함이 느낀다. (아직 안 먹어본 것이 함정. 조만간 먹어보기로 하자.)
현대의 미국에 많은 대추야자가 자라는 건 대충 이 역사적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본다.
이슬람 무어인들이 대추야자를 이베리아 반도에 퍼뜨림 → 스페인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대추야자를 가져와 심음 → 카톨릭 선교사들이 현재의 미국 캘리포니아에 대추야자를 가져와 심음
내가 찾은 자료에서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대추야자를 퍼트렸다고 간단하게 나온다. 이건 우마이야 왕조의 아랍과 무어인의 연합이 서고트 왕국을 침략해 정복한 711년부터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완전히 쫓겨난 1492년까지 약 780년간의 이슬람 통치기에 대추야자가 전해졌다는 의미일 거다.
1492년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되었지만 대추야자는 여전히 남아서 스페인인들은 대추야자를 아메리카 대륙에 소개했다. 스페인 탐험가들은 현재의 멕시코 지역인 소노라 (Sonora), 시날로아 (Sinaloa), 바하 캘리포니아 (Baja California) 지역에 가져와 심었다.
내가 사는 미국 땅에는 1769년 캘리포니아에 프란치스코와 예수회 선교사들이 대추야자를 심은 것으로 시작된다고 본다. 이 덕분에 현재의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는 수많은 대추야자가 자라고 또 재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