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아침부터 첫째와 둘째 큰 아이들은 바쁩니다. 셋째와 막둥이 넷째까지 큰 아이들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느라고 신나 있구요. 보통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애플 파이(apple pie)와 애플 머핀(apple muffin)을 만든다고 흥분되어 있어요. 칠면조는 오후 1시나 2시부터 오븐에서 굽기 시작할 거니까 그 전에 녀석들이 파이랑 머핀을 모두 만들려는 거죠.
처음에는 첫째에게 추수감사절이라 먹을 게 많으니까 애플 머핀은 만들지 말고 애플 파이만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첫째 말이 애플 파이 만드느라고 어차피 사과 자를 거고, 또 애플 파이에는 레몬의 즙만 들어가서 파이 만들면서 남는 레몬껍질을 그냥 버리기 아깝대요. 애플 머핀에는 레몬껍질을 얇게 간 제스트(zest)만 들어가거든요. 있는 재료는 버리지 않고 다 싹싹 쓰는 게 좋다는 것이 울 첫째의 의견입니다. 아주 알뜰해요. 이뻐~~!
아이들이 먼저 애플 머핀을 만들었어요. 오븐에서 따끈따끈한 애플 머핀 12개가 나왔습니다.
맛있어서 인기가 많아요.
막둥이 넷째는 벌써 한개 찜해서 집어가네요.
엄마 애리놀다도 빨리 찜해서 집어갈 거예요. 앞에 크게 보이는 욘석이 애리놀다가 찜한 오늘의 첫번째 애플 머핀입니다. 가져다 먹었는데... 히야~ 따끈따끈 갓 구워진 애플 머핀이 너무나 맛있어요. 애리놀다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 본 그 어느 머핀보다 제일 맛있었습니다. 이건 자식들이 만들었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로 맛있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예요. 진짜 진짜 맛있어요.
하나만 먹고 여기서 멈출 수 없다!!! 6 식구 한사람당 2개씩 먹을 수 있으니까 두번째 머핀도 후다닥 집어다가 먹었어요. 아이들이 만든 애플 머핀 2개는 애리놀다 브런치가 되었습니다.
안이 촉촉하고 사과가 든든하게 들어 있는 게 보이죠?
정말정말 맛있어요!!!
첫째와 둘째가 주로 만들고, 셋째가 잔심부름을 하면서 몇시간동안 더 열심히 뚝딱뚝딱 하더니 애플 파이 2개를 모두 완성시켰습니다. 어린 막둥이 넷째만 파이 만들 때는 돕지 않았어요. 막둥이는 애플 머핀 만들 때 종이컵을 팬에 하나씩 넣는 일로 도왔으니까 오늘 충분히 큰 일을 했어요.
아래 오븐에서 갓 나온 애플 파이에서 김이 펄펄펄 나오고 있어요!!! 마치 활화산 같아요. 애플 파이에서 뿜어 나오는 사과와 시나몬 향도 엄청 좋아요. 아~ 행복해~~~
애플 머핀과 애플 파이를 다 만든 후, 아이들 넷은 동네 친구들이랑 놀려고 다 나갔어요. 친구들이랑 지칠 때까지 놀다가 5시 넘어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면 추수감사절 저녁먹으러 집으로 돌아 올 거예요. 아이들이 나가서 노는 동안 남편이랑 애리놀다는 칠면조를 굽기 시작합니다. 울집은 중간 크기인 14.5 파운드 (6.5 kg) 칠면조로 사왔어요.
많이들 보기 좋다고 큰 칠면조를 사다가 굽는데 그거 다 먹기 정말 힘들어요. 먹성좋은 울집 6식구도 14.5 파운드 칠면조 다 먹으려면 3일 정도 걸릴 것 같거든요. 보기 좋다고 큰 칠면조 사서 굽는 집들도 나중엔 처치 곤란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음식물 쓰레기가 될 확률이 크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식구나 손님 수에 맞게 적당한 크기의 칠면조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이 칠면조가 올해 울집 추수감사절을 담당할 귀한 몸입니다.
칠면조가 큰 새인 만큼 오븐에서 굽는 시간도 오래 걸려요. 이번에 산 14.5 파운드 칠면조는 약 4시간동안 오븐에서 구웠어요. 칠면조 굽는 건 늘 하듯이 남편이 담당해서 했구요. 애리놀다는 칠면조 구울 때랑 그레이비 소스 만들 때는 옆에서 보조만 합니다.
여느 추수감사절 음식처럼 이번 그레이비 소스(gravy sauce)도 아주 잘 만들어졌어요. 남편이 원래도 그레이비 소스를 잘 만들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애리놀다의 탁월한 조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하하. (남편에게는 비밀!)
으깬 감자요리인 매쉬드 포테이토(mashed potatoes)는 애리놀다가 아주 큰 기여를 한 음식입니다. 철푸덕 바닥에 앉아서 거의 8 파운드 (3.6 kg) 감자의 껍질을 애리놀다가 혼자서 다 깠거든요. 감자 껍질 까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열심히 깠어요. 힘들어... 스스로가 너무 장합니다. 그리고 감자 삶는 것까지 애리놀다가 했어요. 감자 으깨고 다른 재료 넣는 것은... 애리놀다 팔뚝보다는 남편 팔뚝이 더 굵잖아요. 그래서 남편이 가볍게 다 으깨고 완성시켜줬어요.
애리놀다가 아주 좋아하는 크랜베리 소스(cranberry sauce)도 캔에서 그릇에 담습니다. 애리놀다에게 크랜베리 소스는 추수감사절 필수 소스예요. 칠면조 요리와 함께 먹는 크랜베리 소스 참 맛있거든요.
이 외에 스터핑(stuffing), 그린 빈(green beans), 작은 빵인 디너 롤(dinner rolls)까지 완성되어 추수감사절 저녁식사는 다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각자 접시에 음식을 담아 든든한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시작할 겁니다. 보통 식사 때에는 점심이나 저녁에 관계없이 식구들 모두 크기가 적당한 8.5 인치 런치용 접시를 사용해요. 하지만 오늘은 추수감사절. 아이들은 런치용 접시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남편과 애리놀다는 어른이니까 10.25 인치 디너용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었어요. 어른들은 어른이니까 "아마도" 더 먹을까 해서요.
아이들 접시는 보통 때 쓰는 8.5 인치 런치용 접시로,
어른들 10.25 인치 디너용 접시로 음식을 담아 먹었어요.
추수감사절 접시 크기가 다른 것은 엄마랑 아빠는 어른이니까 "아마도" 더 먹지 않을까 해서...
첫째는 칠면조 허벅지살,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매쉬드 포테이토, 그린 빈, 디너 롤 이렇게 가져 갔어요. 첫째가 스터핑은 좋아하지 않아서 가져가지 않았구요.
둘째는 칠면조 다리,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매쉬드 포테이토, 스터핑, 그린 빈, 디너 롤 이렇게 가져갔어요.
셋째는 칠면조 날개, 스터핑, 그린 빈,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매쉬드 포테이토, 디너 롤 이렇게 가져 갔어요.
넷째도 칠면조 날개, 스터핑, 매쉬드 포테이토, 그린 빈, 디너 롤 이렇게 가져 갔는데 그레이비 소스를 원하지 않아서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넷 모두 오렌지 쥬스 한 잔씩 함께 합니다. 크렌베리 소스는 원하는 아이만 접시에 덜어다 먹었구요.
애리놀다가 먹기 바로 전 아이들 먹는 걸 봤는데 아주 잘 먹어요. 아래는 셋째가 칠면조 날개를 잡고 먹고 있는 모습인데 다른 쪽 날개를 가져간 막둥이 넷째도 비슷한 모습으로 맛있게 먹고 있더군요. 첫째와 둘째도...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하루 반나절 싫컷 뛰어놀은 데다가 칠면조도 맛있게 구워져서 아이들 넷 모두 아주 맛있어 하며 저녁식사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아래는 남편이 가져간 한 접시예요. 칠면조 가슴살,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매쉬드 포테이토, 스터핑, 그린 빈, 디너 롤, 크렌베리 소스, 그리고 오렌지 쥬스 이런 구성입니다. 사진 속 핑크색 액체가 담긴 컵은 남편 것이 아니라 애리놀다의 와인인데 색이 이쁜 Zinfandel이예요.
이건 애리놀다의 한 접시입니다. 칠면조 가슴살, 매쉬드 포테이토, 스터핑, 그린 빈, 디너 롤 이렇게 우선 가져 왔어요. 애리놀다는 그레이비 소스를 매쉬드 포테이토에 얹지 않고 칠면조 가슴살 위에 얹어서 먹어요. 그레이비 소스를 얹으면 칠면조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그레이비 소스를 얹기 전 사진을 먼저 찍어 봤습니다.
그레이비 소스를 칠면조 가슴살에 얹고 크랜베리 소스까지 가져 온 아래 모습이 애리놀다의 추수감사절 한 접시입니다. Zinfandel을 조금씩 함께 마시면서 애리놀다도 추수감사절 저녁을 먹습니다.
이렇게 먹고 나니까 다들 배가 너무 꽉 차서 애플 파이를 디저트로 먹을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애플 파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오늘 아침) 쓱쓱 잘라서 식구들이 나눠 먹었습니다. 첫째랑 둘째가 정말 맛있게 잘 만들어서, "맛있다!!!" 하고 감탄해가면서 먹었어요. 참, 파이는 휩트 크림(whipped cream)을 위에 찍 짜서 먹어도 맛있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함께 먹어도 아주 맛있어요. 울집은 추수감사절 파이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습니다. 환상의 맛~~! 아이들이 애플 파이를 아주 잘 만들어서 이젠 시판 애플 파이는 못 먹겠어요.
식구 여섯이 나눠 먹었는데 어째 사진은 5 접시 밖에 없네요.
누구 접시가 빠진겨????
이렇게 아침에 애플 파이를 하나를 나눠 먹었는데 냉장고에는 애플 파이 하나가 더 있다는 사실. 든든하고 맛있었던 추수감사절 저녁식사,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있고, 맛난 애플 파이 풍년. 올 추수감사절은 식구 하나하나 모두 저녁식사와 디저트를 위해 기여를 다 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추수감사절 시기입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 오늘. 아침부터 애플 파이로 잘 먹여뒀더니 셋째와 넷째는 TV로 유튜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메들리로 들으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있어요. 지금 거실이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변해 캐럴 노래방이 되었네요. 흑~ 노래 부르며 춤추는 작은 녀석들이 귀엽기는 엄청 귀여운데... 크리스마스~~~ 하긴 애리놀다도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고 싶어서 몇 주 전부터 간질간질 하고 있었지만 추수감사절은 지나고 장식을 해야 덜 이상해 보여서 참고 있긴 했죠. 이제 추수감사절도 지났겠다, 곧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할 생각하니까 애리놀다도 솔직히 신나긴 해요.
아이들이 신나 있는 캐럴 중 하나 "Rudolph the Red Nosed Reindeer"
캐럴을 부르고 너무나 신나있지만 녀석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것 같아서 아이들 넷 모두 점심 먹인 후 다 내보냈어요. 친구들이랑 지칠 때까지 놀다가 집에 오고 싶을 때 돌아 오라구요. 아이들 다 내보내니까 집안이 아주 조용해서 좋아요. 애리놀다도 나가서 아이들 노는 것 잠깐 살펴보고 산책하고 돌아왔는데 날씨가 포근하니 아주 좋더군요. 지금 오후 5시가 넘었는데 아이들은 물 마시러 몇 번 왔다갔다만 하고 집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엄청 재밌나 봐요. 그래도 슬슬 배가 고파질 때가 되었으니까 조금 있다가 저녁 먹으러 돌아 올 거예요. 오늘 저녁 메뉴는 어제 추수감사절 남은 음식으로 해결. 아마 내일까지는 이렇게 먹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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