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하루/오늘 하루

첫째는 독립생활 체질인가 보다.

투산에서 대학에 다니는 첫째와는 매일 저녁 텍스트를 주고받는다. 저녁을 뭘 먹었는지가 주요 내용인데 첫째가 꽤 잘해 먹어서 놀라고 있다.

 

첫째는 올 새 학기부터 기숙사 대신 아파트를 렌트해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첫째가 음식은 거의 안 해 먹고 마켓에서 포장된 샐러드, 요거트, 빵 등으로 식사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닭다리를 사다가 오븐구이도 해 먹고, 소고기를 사다가 불고기도 해 먹고, 김치도 근처 마켓에서 사서 가끔 먹고 있다는 이 놀라운 소식.

 

투산의 일반적 아파트 중에서 (이미지 출처: theplaceatedgewood.com)

 

녀석이 집에서는 이렇게 요리를 잘 하는 걸 못 봤는데 아주 잘해 먹는다. 거기에 알뜰까지 하다. 고기류 중에서는 닭의 가격이 보통 제일 좋아서 닭 오븐구이로 자주 해 먹는다나 뭐라나. 기특한지고... 아파트를 쉐어하는 절친 아이는 간 소고기로 볶음을 잘해서 그걸 주로 만든다고 한다. 간 소고기도 세일을 자주 해서 가격이 좋은 고기류다. 서로 번갈아 가며 요리하고 서로 나눠먹고. 남은 건 다음날 또 먹고.

 

첫째의 절친은 아시아와는 아무 접점이 없는 스코틀랜드계/프랑스계다. 한국계인 울집 아이를 절친으로 둬서 기숙사에 있을 때부터 가끔 한국 식당에 가서 불고기도 먹고, 김치도 먹고, 짜장면도 먹고. 특히 짜장면을 맛있어 한다. 돼지 불고기도 맛을 봤다고 하는데 이건 너무 매워서 어려워한다.

 

첫째의 절친은 함께 아파트를 쉐어 하면서부터는 불고기와 김치를 더 자주 먹게 되었다. 예상컨대, 절친 아이는 대학 졸업 후에도 한국 음식이 (특히 김치가) 가끔 생각날 거다.

 

위 닭다리 오븐구이와 불고기 전골은 울집에서 만든 사진이다. 난 아직 첫째가 아파트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을 못 봤다.
간 소고기도 세일 할 때 사면 알뜰하게 식사를 만들 수 있다.
첫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Sinto Gourmet Kimchi로 사다 먹었다고 한다. :) 이 사진은 전에 내가 찍은 거다.

 

어제 불고기를 만들어 김치를 곁들여 절친이랑 먹었다 하길래 밥은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다. 절친 아이가 산 즉석밥을 먹었다고 한다. 저번에 밥솥 하나 사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샀다. 돈 여유도 있으면서 이 녀석은... 밥솥 하나 보내주마 했더니 살짝 머뭇거리며 그러면 좋겠다는 짜슥의 답.

 

아마존에서 저렴한 밥솥으로 하나 사서 보냈다. 이 Aroma Rice Cooker는 예전 한국 밥솥처럼 기본적인 밥 짓는 기능에 맞춰있다. 밥도 꽤 잘 만들고 보온도 된다. 가격은 세금전 $29.99 (36,000원)으로 착하기도 하다. 생쌀로는 4컵 넣을 수 있고, 지은 밥으로는 8컵까지 나올 수 있다고 하니까 친구 몇 명을 더 초대해서 불고기 파티를 열어도 이 밥솥 크기로는 잘 먹일 수 있을 거다.

 

Aroma Rice Cooker (이미지 출처: amazon.com)

 

밥솥을 보내며 밥솥은 내가 사지만 쌀은 네가 사는 거라 했다. 그랬더니 쌀*은 학교 팬트리에서 무슨 포인트 시스템으로 무료로 지급하는 게 있다고 한다. 크흑~, 첫째는 알뜰쟁이!

 

* 학교에서 받아올 수 있는 이 쌀은 흔히 안남미로 부르는 장립종 long grain rice이다. 울집 식구들은 모두 long grain rice도 아주 잘 먹어서 전혀 문제는 없다. Long grain rice도 맛 좋다.

 

University of Arizona (애리조나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배곯지 말라고 달걀, 우유, 요거트 등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쌀도 주나 보다. 암튼 첫째가 자기 먹거리를 아주 잘 챙기고 있어서 장하다.

 

이렇게 음식을 잘 만들어 먹는다 하니 나도 첫째의 음식 맛이 궁금해졌다. 추수감사절에 집에 올 때는 다른 먹을 게 많아서 첫째의 음식을 맛보기가 곤란할 듯하고, 겨울방학에 집에 돌아오면 첫째가 만든 닭 오븐구이랑 불고기를 맛볼까 한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겨울아, 빨리 와라!

 

 

첫째가 만든 감자와 함께 한 로스트 비프 (Roast Beef)

강의가 일찍 끝나서 집에도 일찌감치 돌아왔다고 텍스트를 보낸 첫째. 저녁으로 뭘 해먹을 거냐고 물으니까 로스트 비프 (Roast Beef)를 만들 거라고 한다. 놀랐다. 로스트 비프를 만든다는 것에도

thenorablog.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