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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오늘 하루

애리조나 사막에 비 내리는 날 (7월 말)

지난 6월 말에 애리조나에는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와서 거의 2주 동안 화씨 115도(섭씨 45도) 왔다갔다, 거기에 화씨 119도(섭씨 48도)까지도 올라가고 그랬어요. 아주 더웠는데 7월 넘어서 애리조나의 몬순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는 기온이 내려갔죠. 근래는 화씨 100도대(섭씨 38도 정도)를 거의 2주 정도 유지했으니까요. 이렇게 내려가도 타 지역에서는 여전히 꽤 덥다고 느끼는 기온이겠지만 애리조나, 특히 피닉스 주민들에게는 괜찮은 여름 기온이예요.


 여기서 잠깐 

사막에도 몬순이 있어요.

애리조나의 소노라 사막에도 몬순이 있답니다. 미국 남서부 주 애리조나와 뉴 멕시코의 몬순은 6월 중순~9월 중순까지예요. 하지만 몬순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기는 7월~8월이구요. 몬순 기간동안에는 애리조나 주와 뉴 멕시코 주의 남동부 멕시코만과 남서부 캘리포니아만에서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불어와요. 그래서 대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고 타 시기보다 비가 올 확률도 높아지죠. 천둥번개도 자주 발생하구요. 애리조나의 몬순 기간동안 강우량은 약 2.65 인치(약 67 mm)로 한국 몬순인 장마하고 비교하면 그냥 귀여운 수준이예요. 하지만 몬순이 한창인 7월~8월에는 강풍과 함께 국지적으로 단시간동안 폭우가 심하게 내리기도 합니다.


몬순이 되니까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죠.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 그러다가 오늘은 비다운 비가 아침 일찍부터 시원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기온도 오전 10시 현재 기온이 화씨 77도(섭씨 25도), 오늘 최고 기온도 화씨 94도(섭씨 34도)까지 밖에 올라가지 않을 거래요. 넘 좋아요.

에헤라 디혀~~


어젯밤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꽃잎이나 잎사귀들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그 위에 촉촉하게 내리는 단비.



사막에 내리는 비야말로 진짜 단비예요. 오늘 내리는 비도 그렇구요. 하지만 단기간 동안 심한 폭우가 내릴 때도 종종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피닉스 상공에 거대 먹구름이 덮혀 진짜 하늘 호수가 땅으로 쏟아지는 것 같이 비가 내렸었어요. 여기저기 홍수가 지고 난리가 났었죠.


사막의 폭우는 그래서 무서워요. 평상시에는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곳인데 (당연 사막이니까) 비가 오면 그게 다 한곳으로 몰려 아주 폭력적인 급류를 형성하거든요. 비가 좀 많이 내리면 갑작스런 급류로 사막에서도 익사하는 사고, 차량 침수, 물난리 등등이 종종 일어납니다.



2016년 애리조나 피닉스에 많은 비와 바람을 몰고 온 폭풍. (Bruce Haffner/Andrew Park/Jerry Ferguson - WP)


사막에서 하이킹을 할 때 아주 멀리라도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개도 번쩍번쩍하고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면 하이킹을 멈추고 급류의 피해가 없을 안전한 장소로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비가 올 예정이라서 일기예보에서 급류경고가 떠오른다면 그날은 하이킹 자체를 취소해야 맞죠.


사막에서는 1년 대부분 비가 안 오는데 "굳이" 비가 올 지도 모르는 날에, 또 "굳이" 하이킹을 하러 나가는 자체가 우선 상당히 이상한 거예요. 애리조나의 일기예보는 꽤 잘 맞아서 비가 온다고 하면 거의 잘 맞춰요. 사막에서 내리는 비를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오늘 내리는 비는 그저 달달한 사막의 단비예요. 습도는 높아졌지만 기온이 높지않아서 그냥 오랜만에 즐기는 피부 촉촉 물기입니다. (약간 끈적이는 것 같기도...) 아침부터 단비를 만나니까 기분이 좋네요.


아~ 촉촉한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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