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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기타

[미국] 1930년대 미중부 가뭄과 먼지사발(Dust Bowl) 폭풍 - 먼지가 모든 걸 앗아갔어요.

둘째와 함께 읽기 공부를 하다가 제가 울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읽은 것은 엘리자베스 프리드릭(Elizabeth Friedrich)의 작품 "리어의 조랑말 (Leah’s Pony)"로 1930년대를 미중부를 배경으로 한 짧은 이야기였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따뜻한 가족애를 보이고 삶의 희망을 찾은 소녀, 소녀의 가족,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가 짧지만 가슴 뭉클하게 하더군요.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둘째의 교과서를 젖게 하지 않으려고 연신 눈물을 닦아 냈네요.

 

둘째랑 함께 읽었던 단편소설은 미국 1930년대 미중부를 황폐화 시킨 가뭄과 먼지/모래폭풍 먼지 사발(Dust Bowl)이 배경입니다. "리어의 조랑말"에서는 "어려운 시기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라는 분위기로 끝을 맺어 줍니다. 하지만 당시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대부분 미중부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들과 그 가족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을 등지게 됩니다. ㅠㅠ

 

미국 1930년대는 대공황으로 경제가 엉망이기도 했지만 지독한 가뭄과 먼지 사발 폭풍으로 상당수 미중부 농장들이 은행에 차압되고 버려지게 됩니다. 농부들와 그 가족들은 터전을 떠나 홈리스가 되거나 서부로 서부로 새로운 인생을 찾아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었구요. 먼지 사발은 1930년대에 일어나 많은 농민들의 인생을 처참하게 했기에 Dirty Thirties, 즉 더러운 30년대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클라호마주에 닥친 먼지 사발 중 농부와 두 어린 아들

작가: 아서 라스스타인(Arthur Rothstein), 1936년

 

미중부에는 광활한 평원지대 대평원(The Great Plain)이 있어 많은 농작물이 재배됩니다. 그런데 1930년대 몇년간의 장기간 지독한 가뭄으로 농작물을 다 말라버리고 풀도 제대로 자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척박할 대로 척박한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농부들은 집, 농장, 가축 등을 저당잡혀 대출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가뭄이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돌아오니까 도저히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거기에 척박해진 땅은 풀이나 식물이 거의 사라져 바람만 불어도 토양이 날리는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큰 폭풍이 불어 왔어요. 그러자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예전에는 옥수수나 다른 작물이 심어진 끝없는 밭들이였는데, 이제는 황무지 사막이 되어 폭풍이 불자 거대한 모래폭풍(먼지 사발)으로 변해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겁니다. 이 모래폭풍으로 경작에 필요한 토양층이 다 날아가 버렸어요. 이제는 살던 집이나 농장도 부서지고 거기에 토양의 질까지 현저하게 떨어져 그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4년도 넘는 장기간 가뭄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농사를 짓고 겨우 생활을 유지했던 농부들은 이제 땅과 가축등 모든 것을 은행에 빼앗기고 일부 가재도구만 챙긴채 서부로 서부로 떠나게 되었지요.

 

텍사스의 스트랫포드(Stratford, Texas)에 불어닥치는 먼지 사발 (1935년)

 

먼지 사발 이후 사우스 다코다의 댈러스(Dallas, South Dakota).

한 농장에 있던 기계들이 흙에 뭍혀 버렸어요. (1936년)

 

먼지 사발로 1940년까지 미중부에서 서부로 떠난 인구수가 약 2백 5십만명 정도입니다. 이것은 미국 역사상 단기간동안 가장 많은 인구가 대이동을 한 사건입니다. 대부분 캘리포니아(California)주로 갔고, 오레건(Oregon)주와 워싱턴(Washington)주로도 이주했습니다.

 

먼지 사발이 발생하기 80 여년 전인 1849년에도 캘리포니아주 골드 러시(Gold Rush)로 금광 찾으러 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이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먼지 사발 때는 골드 러시 때보다도 훨씬 많은 인구가 가뭄과 폭풍 때문에 이주하게 된 겁니다. 골드 러시야 금광발견이라는 대박의 꿈이라도 있었지만, 먼지 사발은 모든 것을 잃고 지독한 생활고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것이라 마음이 짠 하죠.

 

먼지 사발로 고향을 떠나 서부로 가야 했던 이주자들의 이주 경로

 

미중부 농민들은 주로 오클라호마주, 아칸서주, 미조리주, 아이오와주, 네브라스카주, 캔자스주, 텍사스주, 칼로라도주, 뉴 멕시코주(Oklahoma, Arkansas, Missouri, Iowa, Nebraska, Kansas, Texas, Colorado, New Mexico) 출신이였습니다. 서부쪽에서는 이주자들이 온 출신 주에 따라 오클라호마주 출신은 오키즈(Okies), 아칸사주 출신은 아키즈(Arkies) 텍사스주 출신은 텍시즈(Texies) 등으로 불렀었어요.

 

이들 미중부 이주자들은 1930년대 대공항 시기에 농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데다, 서부 이주지에서의 일자리 부족 등으로 대공황을 가장 끔찍하게 겪은 피해자이기도 했구요. 지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당시 먼지 사발로 모든 걸 잃고 이주해 온 이주자들의 자손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아주 유명한 소설이 바로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입니다.

 

분노의 포도 (1939년 출판) 초판 표지

 

그리고 당시의 처철하게 힘들었던 이주자들의 모습을 절절하게 보여준 도로시어 랭(Dorothea Lange)이 찍은 유명한 사진도 있구요. 그 사진 중 하나가 자녀 3명과 함께 있는 이주자 엄마 플로렌스 오웬즈 탐슨(Florence Owens Thomson)의 모습입니다. 지독하게 어렵고 고단한 삶에 시달리는 엄마의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플로렌스 탐슨이 모델이 된 이 사진은 미국 대공황과 먼지 사발로 인한 캘리포니아주 내 이주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대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주자 어머니 (Migrant Mother)

작가: 도로시어 랭, 1936년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으로 경제상태가 최악이였는데다가 자연재해인 먼지 사발까지 해서 참 고단한 시기였어요. 미국이 고단했으니 다른 나라들의 경제상황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구요.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터지고 전쟁을 통해 물자 생산력이 증대되자 오히려 전쟁이 경제를 활성하게 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보니까 2010년대 지금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설마 1930년대 같은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겠지요. 상상만 해도 너무 으스스해져요.

 

* 위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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