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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고양이 엄마

이거 쉬운 게 아니냥, 어쩌다 나무를 탄 고양이

요즘 울동네에서 검은 고양이 멋찌말고 또다른 고양이가 내 눈을 끌고 있습니다. 이 고양이는 아직 어려 보이던데 주인이 밖에 왔다갔다 돌아다니게 놔두더라구요. 동네를 왔다갔다 돌아다니길래 처음에는 주인이 없는 길양이인줄 알고 울집에서 입양할까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울집 아이들 친구네 고양이더군요. 한번 입양까지 생각했던 고양이라서 그런지 내 눈에는 이뻐보여요.

 

첫째랑 산책하고 돌아와 놀이터 쪽에 갔는데 울집 아이들이고 다른집 아이들이고 나를 부르면서 엄청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어요.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요. 하두 시끄럽길래 뭔일 생겼나 해서 급히 달려갔더니 이 고양이가 놀이터 옆 큰 나무에 올라간 거예요.

 

 

아이들 말이 최근 3살이 된 아가 앤디가 고양이한테 이쁘다고 다가가니까 고양이가 겁나서 나무에 올라갔대요. 고양이가 높은 나무에 올라가니까 다른 아이들은 걱정된다고 소리지르고, 그러니까 고양이는 더 겁을 먹고, 동네 개구장이 지미 이 녀석은 또 고양이 구한다고 나무에 올라가려고 하고, 고양이는 더더욱 겁을 내고. 다들 이러고 있더라구요. 에공~

 

저 겁먹은 표정을 보세요. 불쌍한 것. ㅠㅠ

 

아이들이 고양이를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고양이가 겁을 먹으니까 우선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지미는 나무에 오르지 말구요. 그래야 고양이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는다구요. 나무를 타는 고양이는 대부분 알아서 잘 내려오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아무 것도 하지말고 고양이를 그냥 놔두기만 하면 되는 거죠.

 

걱정된다고 소리지르지 말고 구한다고 나무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다음에 애리놀다는 저녁준비 때문에 집에 돌아왔어요. 십대인 울집 첫째가 동생들과 동네 아이들이랑 남아서 고양이를 겁주지 않게 살피구요. 30분쯤 후에 둘째랑 막둥이 넷째가 물 마시러 집에 들렸을 때 물어보니까 고양이가 잘 내려왔다네요.

 

저녁먹고 아까 쓰레기 버리러 밖에 나갔다가 첫째랑 함께 잠깐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이 고양이가 산책로에 있더군요. "이쁜아~"이렇게 불러주니까 애리놀다 앞에서 댕굴댕굴 몸도 굴려주고 배도 보여주면서 재롱을 부리네요. 아이고, 귀여워라~~

 

이 고양이의 본명은 따로 있는데 오늘 나무타는 걸 봤으니까 이 블로그에서는 "나무"란 별명으로 부를까 봐요. 울집 아이들에게 무슨 별명이 좋겠냐고 물으니까 나무가 딱 맘에 든다고 하거든요. Tree가 아닌 한국어 나무로 발음하구요. 이건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인데 울집 아이들 넷 모두 한국어 단어 "나무"를 전부터 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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